경기 안산시 소재 한 유치원에서 지난 16일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식중독 증상 어린이가 27일 기준 111명까지 늘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산시 ㅎ유치원에서 일어난 집단 식중독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산상록경찰서는 28일 ㅎ유치원 학부모 7명이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ㅂ씨를 고소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질본) 등 관계부처가 뒤늦게 역학조사와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유치원이 ‘보존식’ 일부를 보관하지 않은 것이 ‘증거 인멸’에 해당한다며 수사를 요청했다.
질본은 ㅎ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교사 등 202명을 검사한 결과 111명(27일 낮 12시 기준)이 유증상자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57명이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환자로 확진됐다고 27일 밝혔다. 특히 입원 중인 아동 15명은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 의심되는 상황이며, 4명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재원생이 첫 증상을 보인 이후로 2주가 넘었지만, 아직 감염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질본과 안산시는 조리사의 인체 검체, 조리에 쓰인 주방도구, 교실과 화장실 등의 환경 검체를 채취했지만 모두 ‘음성’이 나왔다. 10~15일 급식으로 제공했던 음식을 보관한 ‘보존식’ 21개도 검사했지만 식중독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ㅎ유치원은 10~15일 제공된 궁중떡볶이, 수박, 군만두 등 6건의 보존식을 보관해두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과태료 5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50명 이상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집단급식소는 식중독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모든 음식물을 1인분씩 영하 18도 이하에서 144시간 이상 보관해야 한다. ㅎ유치원 원장은 27일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방과 후 제공되는 간식은 보존식으로 보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보건당국은 식자재 공급업체에 보관 중인 식재료를 수거해 검사하는 한편, 학습 과정에 쓰인 물건들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동한 질본 감염병총괄과장은 “오염된 음식을 통해 감염되거나, 사람과 사람 간에도 전파될 수 있어 현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발열, 구토 등 장염과 비슷한 증상이 보통 5~7일 동안 지속되다가 저절로 낫지만, 드물게 독소가 몸에 퍼져서 콩팥(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소변을 보지 못하거나 혈뇨, 혈변 등을 보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이라는 합병증이 나타난다. 지난해 이 병을 진단받은 환자는 전국을 통틀어 146명이었다.
한편 유치원이 교육당국이 관리하는 ‘학교급식’ 대상이 아니라 지자체 보건소가 위생점검을 하는 ‘집단급식소’여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유치원 3법’ 개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비로소 유치원도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질본 등 방역당국은 이날 오후 합동회의를 열어 어린이 관련 시설의 집단 식중독 예방을 위해 경기도 내 유치원 1063곳과 어린이집 3055곳을 대상으로 식품조사와 급식실 안전점검을 하기로 했다.
황예랑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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