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 발표를 앞두고, 구체적인 의사 인력 확대 방식과 규모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원 확대로 늘어나게 될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를 중심으로 필수의료를 수행하게 할 경로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지금의 대도시 개원 쏠림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건통계 2020’을 보건복지부가 분석해 2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임상의사(한의사 포함) 수는 인구 1천명당 2.4명으로 오이시디 평균 3.5명보다 1.1명 적은 최하위권이다. 오이시디 평균과의 격차는 2008년 1.23명에서 12년이 지나도록 그다지 좁혀지지 않았는데, 이는 지난 15년간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됐던 영향이 크다. 지역 간 격차 문제도 심각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의사 수는 2018년 기준 인구 1천명당 3.12명인 반면, 경북은 1.38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고 정부·여당은 23일 오전 당·정 협의를 연 뒤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400명(모두 4천명) 증원 방안 발표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3천명은 장학금을 주는 대신 특정 지역의 중증·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는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1천명은 역학조사관과 연구인력 등으로 선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50명 정원의 공공의대 신설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날 주최한 토론회에선 격론이 오갔다.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쪽에선 지금까지 알려진 정부안보다 지역의사와 공공의대의 규모를 더 크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코로나19로 필요성이 확인된 취약지 공공병원을 2500병상 늘린다고 전제하면 최소 45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고, 취약지 의사 수를 서울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8700명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조승연 대한병원협회 상임이사(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는 “전문적 공공의료 인력 배출을 위한 최고의 방안은 공공보건의료대학 신설”이라며 “다만 의무복무 기간 뒤에도 이들이 현장에 남도록 공공의료기관 근무환경 개선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의료취약지 등에 의사들이 부족한 것은 의사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충분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으로 건강보험 수가 개편이 해결 방안”이라며 “공공의대의 경우, 이 대학 학생들은 부속병원 없는 간호대 학생들처럼 실습할 곳을 찾아 전국을 유랑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14∼21일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의대 정원 확대와 국립 공공의대 설립이 의료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이 각각 응답자(2만6809명)의 95.8%, 93.2%에 이른다는 결과도 내놨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20년간 의료이용량 증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전제하면 의대 정원을 연 3천명 더 늘려 2배씩 배출해도 2050년에 여전히 2만5천여명 부족하다”며 “정원 100∼150명의 공공의대를 권역별로 총 5곳 설립하고, 기존 의대 정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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