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도 예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일환 2차관, 홍 부총리, 안도걸 예산실장.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관련 항목은 찔끔 늘리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병원이 없거나 부족한 지역에 새로 신축하는 예산은 아예 편성되지 않았다.
1일 발표된 정부의 2021년 예산안을 보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지역 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이 올해 1264억원에서 1337억원으로 73억원(5.8%) 증액 편성됐다. 관련 예산은 시·도 단위로 지정하는 권역 책임의료기관을 12곳에서 15곳으로, 그보다 작은 단위인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29곳에서 35곳으로 늘리는 데 주로 쓰일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10월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 따라, 각 지역에서 핵심적인 공공보건의료 기능을 할 병원을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국립대병원 등은 권역 안에서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를 총괄하고, 지역 책임의료기관은 지역 내 2차 의료기관으로서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퇴원 환자 지역사회 연계 등 기능을 수행한다.
공공병원을 새로 짓기 위한 예산은 하나도 편성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양질의 병원이 없는 지역에는 공공병원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누차 밝혀왔다. 2019년 11월 발표한 지역의료 강화 대책에서는 9개 지역(거창·영월·상주·통영·진주·동해·의정부·대전동부·부산서부)을 중심으로 지방의료원이나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을 신축한다는 계획도 내세웠다. 실제로 코로나19 환자 급증세가 이어진 31일 기준, 광주, 대전, 강원, 전북엔 코로나19 환자가 입원 가능한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대전시와 부산시에서는 지방정부가 의욕적으로 지방의료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경제성을 따지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노정훈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일부 지역의 공공병원 신축 필요성은 분명히 있지만, 예산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코로나19 국면에서 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은 고작 73억원을 배정하고, 치료제·백신 개발과 방역물품 성능 개선, 바이오헬스 등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에는 7912억원이 배정됐다”며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예산 투자는 미미하고, 산업체 요청 예산에는 막대한 금액을 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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