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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윗선은 지르고 질병청은 수습하고…국민 신뢰 떨어뜨리는 방역 ‘멀티 보이스’

등록 2021-01-26 16:50수정 2021-01-27 02:30

[현장에서]
26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전국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시행 기한을 닷새 앞둔 26일. 많은 이들이 2월부터 새로 시행될 거리두기 수위를 궁금해하며 이번 주중에 있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오전 행정안전부가 한발 앞서갔다. 전해철 장관 주재로 오후에 열릴 한 회의에서 논의될 코로나19 대응책이라며 사전 배포된 보도자료에 2월1일부터 2주간 시행할 거리두기 핵심 내용이 담겼다. 어리둥절해진 기자들이 중대본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놀란 기색으로 답했다.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고 논의 중이다.”

#2.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깜짝 소식을 전국민에게 생중계로 전했다. “코백스 퍼실리티’(세계백신공동구매 연합체) 백신이 가장 먼저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2월 중 도입 예정) 백신이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알려졌던 이전 뉴스와 다른 소식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톤으로 이렇게 말했다. “코백스 백신 공급 시기와 물량은 1월 말에 전해질 예정이다. 확정되면 발표하겠다.”

#3.

이틀 뒤인 20일 오전, 다시 깜짝 발표가 나왔다. 이번엔 정세균 국무총리의 라디오 인터뷰다. “코백스 초도물량 5만명분이 2월 초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의 말에서 구체적인 물량과 시점까지 진전된 사항이 거론됐다. 그러나 이날 오후 신혜경 질병청 백신수급과장은 여전히 신중했다. “코백스가 진행 중인 각국 수요조사가 먼저 끝나야 한다. 2월 초를 예상하지만, 물량, 종류, 시기 모두 확정되지는 않았다.”

행안부 보도자료는 공개 직후 삭제됐다. 코백스 백신 첫 물량 도입 일정과 규모는 아직 누구도 확언하지 못하고 있다. 한 부처의 장관이, 정부의 총리가, 나라의 대통령이 한 말들이건만 ‘공식 발표’가 되지 못하고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처럼 남았다.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도입 관련 정보는 말 한마디가 국민의 생명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만큼 정부가 ‘원보이스’로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를 아우르는 중대본이 꾸려진 까닭도 그래서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멀티보이스’가 비죽비죽 돌출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윗선은 지르고 실무자들은 수습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누구의 말을 신뢰해야 할까. 3차 유행 대응과 선제적 백신 도입에서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 책임자들이 과오를 수습하기 위해 성급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면 이는 과도한 생각일까.

“백신 예방 접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정은경 청장에게 백신 접종의 ‘전권’을 쥐라고 지시하며 한 말이다. 재난이 되어버린 감염병에 대처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그 말을 되새겨야 할 것 같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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