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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전문가들이 ‘백신 휴가’ 필요하다 입 모으는 이유

등록 2021-03-19 20:18수정 2021-03-20 02:30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지난 2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의료 종사자가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의료 종사자가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녕하세요, <한겨레>에서 거의 매일 아침마다 코로나19 발생 속보를 쓰는 사회정책팀 서혜미입니다. 요즘은 접종 현황과 관련된 내용도 속보에 같이 쓰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접종이 시작된 뒤부터 백신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이 본격적으로 파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 “제도화 방안을 검토해 보고해달라”고 했던 ‘백신 휴가’ 논의도 그중 하나입니다.

현재 백신 접종은 요양병원·시설, 의료기관 입원자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기사를 통해서 접종 후 반나절이나 하루 뒤 이상반응으로 꽤나 고생을 했다는 후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면역반응으로 생기는 근육통, 발열, 오한 등의 증상은 젊은층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5일 질병청이 분석한 이상반응 신고 사례 연령 분포를 보면, 20대 51.5%, 30대 22.7%, 40대 14.2%, 50대 9.4%, 60대 2.2%입니다. 제가 전화를 자주 하는 몇몇 전문가들은 접종 후 어땠냐는 질문에 “나는 하나도 안 아팠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상반기가 지나고 나면 백신 접종 대상자는 환자나 의료인, 고령자를 넘어 광범위하게 확대됩니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는 연령층에서 평일에 어렵게 시간을 내서 백신을 맞았는데, 다음날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힘들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더욱이 20~30대 입장에선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나 사망률이 낮으니, 굳이 맞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 의사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접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안 그래도 격무에 시달려서 힘든데, 이상반응으로 더 힘들어져도 쉴 수 없으니까요. 이 때문에 백신 접종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게 된 겁니다.

전문가들이 백신 휴가를 지지하는 데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응급실 마비를 막자는 겁니다. 이상반응이 나타난 접종자들은 불안한 마음에 응급실로 몰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시민들에게 이상반응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응급실로 곧장 오기보다 쉬면서 몸 상태를 지켜보게 해 과밀화를 막자는 취지이지요. 여기에 더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실제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겼을 때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총리가 백신 휴가 제도화를 검토하라고 한 뒤, 관련 부처들은 여러 쟁점들을 논의하며 분주하게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7일 “언제부터 도입할 것인지, 휴가를 준다면 기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유급 아니면 무급 방식으로 할 것인지,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 것인지, 이상반응이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하거나 모든 사람들에게 의무적으로 적용할지에 대해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지난 15일에 감염병 예방접종 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나 특수고용노동자, 소상공인 등은 제외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포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많은 분들이 백신을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월8일, 이날 하루에만 사망자가 35명에 달했습니다. 대부분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3차 유행의 절정기인 12월 중하순에 감염됐던 분들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일정 기간이 지나 결국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유입을 차단하려고 노력해도, 지역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유행이 번지면 고령층이 밀집한 요양병원·시설로도 감염이 전파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 유행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이런 인명피해는 계속 이어질 겁니다.

제 차례까지 아직 멀었지만 저도 백신 접종을 받고 하루이틀 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백신을 맞은 뒤 푹 쉬고, 항체가 형성돼서 집단면역에 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분간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마스크를 벗고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뵐 수 있을 정도의 일상이 회복되면 좋겠습니다.

서혜미 사회정책팀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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