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74살에 대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신규 1차 접종이 시작된 27일 서울 성북구 샛별의원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주사 맞은 부위를) 너무 세게 문지르면 상처 나요”, “2차 접종 문자가 또 갈 거예요.”
27일 오전 9시 서울 관악구의 ㄱ종합병원. 65~74살 고령층과 만성 중증 호흡기 질환자 514만여명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이날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30여명의 접종 예약자가 줄을 서 있었다. 간호사와 직원들은 백신을 접종한 뒤 30분 동안 대기하며 이상반응 여부를 점검하는 이들을 향해 접종 뒤 유의사항을 큰소리로 안내했다. 병원 쪽에선 이날 예정된 접종 인원만 168명이라며 “2주 동안 예약이 꽉 찼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을 하러 온 이들은 접종 부작용을 걱정하면서도 “가족과 다른 이들을 위해 맞으러 왔다”고 입을 모았다. 며느리가 인터넷으로 예약해 줬다는 김아무개(72)씨는 “내가 옮겨서 안 되니 맞으러 왔다”며 “(백신 접종이 불안해도) 나라와 과학, 의사를 믿어야지, 내가 옮겨서도 안 되잖아요. 애들한테 폐 끼칠 수도 없고. 그것 때문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위가 안 좋아서 병원도 계속 다니고 그래서 애들 집에 자주 오지 말라고 했다”며 “백신 다 맞으면 이제 애들 오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서대문구 ㄴ종합병원에서 접종을 마친 여아무개(72)씨도 “가족을 위해 맞으러 왔다. 이런 저런 얘기가 많아서 같이 대기하던 사람들도 백신이 안전하냐며 여러 번 물어보더라”라며 “약간의 열감이 올라오는 느낌이지만 아직까진 괜찮다. 불신이 있는 것은 알지만 골라서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정부를 믿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까지 동네 병·의원 등 위탁의료기관 1만3천여곳과 보건소 등에서 1차 접종한 65~74살 고령층과 만성 중증 호흡기 질환자 등은 모두 56만4807명으로 나타났다.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은 75살 이상 고령층 8만1811명을 더해 이날 하루만 64만6618명이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 등이 있었지만, 고령층 다수가 접종에 적극 동참한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4월30일 기록한 일일 최다 접종자 수(30만7천명)를 두 배 이상 넘어선 수치”라고 밝혔다.
다만 상반기가 끝나는 6월 말까지 1300만명 1차 접종 완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은 일주일 동안 얼마나 많은 고령층이 추가로 백신 접종을 예약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65~74살 고령층은 27일부터 2일까지 모두 189만3천명이 접종을 예약한 상태다. 60~74살의 접종 예약 마감일은 다음달 3일까지다. 지난 6일부터 예약을 시작한 70~74살 고령층은 이날 0시 기준 149만2652명이 예약해 예약률 70.1%를 나타냈고, 10일부터 예약한 65~69살은 196만1317명이 예약해 예약률 65.2%, 13일부터 예약한 60~64살은 219만4532명이 예약해 예약률 55.4%를 나타냈다. 60~74살 전체 예약률은 62.1%다.
이날 오후 6시까지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467만6천여명이다. 여기에 접종을 동의한 75살 이상 고령층 108만3천여명도 접종을 해야 한다. 이에 더해 28일 이후 60∼74살 고령층과 만성 중증 호흡기질환자 예약자,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1·2학년) 교사·돌봄인력 예약자까지 약 536만명을 더해도, 1300만명에서 188만여명이 모자라게 된다. 접종 당일 취소 등의 변수까지 고려한다면 최소 188만명보다 더 많은 인원이 추가로 접종 예약을 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전날 백신 1차 접종자에 대해 7월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을 면제하는 등 접종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한 만큼, 앞으로 예약자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어제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에 시차는 두고 봐야 한다”며 “6월부터는 1차 접종자를 중심으로 가족 모임 인원 제한 예외, 노인정과 복지관, 지역문화센터 문화강좌 프로그램 개설 등 고령층에 대한 여러 인센티브가 제공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예약하고 접종받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자들은 접종 인센티브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배우자가 접종하는 ㄴ병원에 함께 온 김아무개(75)씨는 “이미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맞았지만 마스크는 안 벗을 생각”이라며 “불안하니 다들 마스크는 계속 쓸 텐데 그걸로 백신 안 맞을 사람들이 맞으러 오겠느냐”고 했다. ㄱ병원에서 만난 심아무개(71)씨도 “1차 접종으로는 마음이 안 놓이니 2차 접종 뒤 마스크를 벗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1300만명 1차 접종 목표는 이룰 수도 있고, 이루지 못할 수도 없는 목표”라면서도 “고위험군 연령층에 대한 접종을 이끌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직접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연 장예지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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