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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김용균 3주기…‘하청도 정규직’이라는 산업부 과장님께

등록 2021-12-06 13:14수정 2021-12-06 15:54

[현장에서]
지난 2018년 12월1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 24살 비정규직 고 김용균님 2차 촛불추모제’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2018년 12월1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 24살 비정규직 고 김용균님 2차 촛불추모제’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하청업체 직원들은 이미 (하청업체의) 정규직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 하청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이듬해인 2019년, 정부와 여당은 화력발전소 연료·환경 운전원의 정규직화를 발표했다. 이 진행 상황을 묻는 <한겨레>의 최근 질의에 산업통상자원부의 담당 과장은 ‘정규직화’라는 말을 지적하며 이렇게 답했다. 연료·환경 운전원에 대해 정규직화를 추진하지만 그들이 이미 정규직이라는, 앞뒤가 안 맞는 말이어서 “당·정 발표자료에 정규직화라는 말은 왜 썼냐”고 물었다. 담당 과장은 “사람마다 다르게 쓰지만 한전산업개발이 상장사기도 하고 제가 보기에는 본질적으로 (하청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의 정규직”이라고 재차 말했다.

원청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는 ‘하청업체의 정규직’일까. 이 질문은 지난 2017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반대하던 정규직 노조 등이 줄기차게 제기한 것이다. 주로 하청 노동자가 별도의 계약 기간 없이 하청업체에 고용되며 하청 사업주와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실제로 출장음식서비스 등 하청이 원청으로부터 완벽하게 독립해 운영하는 일부의 사례는 이렇게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사실상 원청이 노동자를 고용할지 결정하고 구체적인 노동 조건까지 관여하는 상당수 하청업체의 노동자는 ‘원청의 비정규직’이라는 공감대가 오래 전부터 형성됐다. 2년마다 원청의 하청업체 교체 시기가 돌아오면 해고될까 떠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나, 지난해 노동조합을 세웠다가 원청의 계약 해지로 모조리 해고를 당한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그 예다. ‘원청이 하청과 계약을 종료하면 그 하청과 노동자 사이의 계약도 즉시 종료된다’는 조항을 담은 하청 노동자 계약서는 너무 흔해서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는 제조업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하청 사업주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없다시피하다. 2018년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발전소 공정도 하청 사쪽이 아닌 원청의 승인이 있어야만 안전 설비를 개선할 수 있었다. 이런 문제는 ‘하청 정규직’이 하청 사쪽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간의 사회적 논의를 봐도 파견·용역·호출 일자리는 지난 2002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따라 비정규 노동자로 분류된 이래 매년 통계청 비정규직 통계에 포함됐다. 제조업 사내 하청에 대해 원청이 직접고용을 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은 지난 2010년 이후 해마다 나오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역시 ‘원청의 구체적인 인건비 지침에 따라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용역업체 노동자를 정규직화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그럼에도 ‘하청업체 노동자가 정규직’이라는 형식논리는 잊을 만하면 나온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 2019년 연료·환경 운전원의 정규직화를 발표하고도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는데, 이는 ‘그들이 이미 정규직’이라는 공무원의 안이한 인식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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