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으로 주점이나 식당 등이 주류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1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 한 주점 앞에 술병 상자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 엿새째가 되도록 국토교통부와 타협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12일 총파업 요구사항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적용 전 차종 확대’를 두고 국토부와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55분까지 9시간55분가량 4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타협안을 내지 못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긴 시간 교섭한 끝에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타결 직전 안전운임제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합의를 번복했고 국토부가 국민의힘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정책기획실장은 “정회 후 재개된 협상에서도 국토부가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적용 차종 확대 요구에 대해 ‘적극 논의'가 아닌 ‘논의를 약속'한다는 안을 들고 와 더는 협의를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3일 오전 1시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전날 진행된 3차 교섭에서도 아침11시부터 밤9시30분까지 10시간30분가량 마라톤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낼 것을 요구하는 반면, 국토부는 스스로의 역할을 ‘국회 입법 지원’이나 ‘이해당사자 의견 차 중재’로 한정하며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둘 사이의 협상이 공회전 했다. 그나마 4차 교섭에서는 양쪽이 다시 한 번 입장 차를 좁히는 듯했으나, 제도를 반대하는 여당 의원의 강한 반대로 좌초됐다는 것이 화물연대 쪽 설명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주인인 화주, 운송을 위탁받는 운수사업자,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기사, 공익위원이 모여 매년 화물 운송의 적정한 운임을 정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처음 시행돼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여러 업체를 거쳐 화물을 운송하는 다단계 거래 구조와 최저입찰제 탓에 화물기사들이 지나치게 낮은 운임을 받다 보니 과적·과속·과로를 하게 된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됐다. 화물기사들은 노동자와 다름없이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계약서상 자영업자인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이라 사용자와 단체교섭하기도 어려웠는데,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이후론 안전운임위원회를 통해 사실상의 단체교섭을 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화물연대 쪽은 국제노동기구(ILO)에도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화물연대는 이날 자료를 내어,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불인정에 대해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지난 10일 밤 국제노동기구 사무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파업 시작 전부터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 행위’로 전제하고 공권력을 배치했으며 조합원들이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조합 및 단체교섭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 87호·98호 협약에 따른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피해가 갈수록 누적되는 만큼 조속한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장치율(컨테이너가 반출·입 되지 않고 쌓여 있는 비율)은 이날 오후5시 기준 71.6%로 파업 첫날(68.1%)보다 높아졌다. 광양·울산·대산항 등은 전날 컨테이너가 하나도 들고 나지 못했다.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생산 중단 공장이 나올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자동차·철강·식음료업계 쪽도 상품 출하량이 급감해 손실을 보고 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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