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한 달 앞둔 ㄱ씨는 출산휴가를 언제 쓰면 좋을지 논의하려 회사와 면담했다. 그런데 출산휴가 사용 전에 남은 연차휴가 소진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다음 면담에서 회사는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며 권고사직을 권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ㄱ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ㄱ씨처럼 임신·출산·육아 휴직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많지만, 사업주가 처벌받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이수진 국회의원실을 통해 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20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모성보호 제도 관련 신고 처리 현황을 분석한 <임신·출산·육아 갑질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이 기간에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 위반으로 접수된 전체 1385건 중 기소되거나 과태료가 부과된 건 121건(8.7%)에 불과했다. 반면 ‘신고 의사 없음’, ‘각하’ 등 사업주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기타 종결’은 1140건으로 전체의 82.3%에 달했다. 법 위반 신고 대상이 사업주임을 고려하면, 법 위반 신고 자체가 어렵고 신고 뒤에도 이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고 직장갑질119는 짚었다.
특히 이 가운데 출산(유·사산) 전후 휴가 및 임신·출산기의 보호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74조 위반은 252건이 신고·접수됐는데 처벌(기소·과태료)은 32건(12.7%)이었고, 노동청이 시정을 지시해 사업주가 완료한 경우는 22건(8.7%)에 그쳤다. 77.4%는 당사자가 사건 진행을 포기하거나 법 위반이 없다는 이유로 종결됐다. 직장갑질119는 “이런 솜방망이 처리는 많은 피해 노동자들이 신고조차 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관련 제도 사용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난 9월2∼8일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1.8%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3명 중 1명인 33.7%는 출산 전후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상운 노무사는 “정부 정책은 금전적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제도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나 조직 상황은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법 위반 사실의 노동부 신고 건수 자체가 적은 점을 고려할 때, 노동부가 적극적인 근로감독을 통해 법 위반 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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