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으로 채용돼 수습 기간을 거치던 ㄱ씨는 최근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ㄱ씨는 “(회사 간부가) 퇴근 전에 잠깐 부르더니 ‘오늘까지만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회사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만 하더라”며 “업무 태만이었다거나 회사에 불이익을 줬다거나 지각을 했다거나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일찍 출근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해고가 될 수 있다니 너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수습 기간이 끝날 무렵 ㄴ씨는 회사에서 수습 기간 연장을 요구받았다. ㄴ씨는 “갑자기 대표가 ‘수습을 연장하든지, 수습 종료와 함께 계약해지, 계약직으로 전환하든지 세 가지 중에 선택하라’고 했다. 업무성과가 저조하다거나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애초 3개월 수습을 조건으로 정규직 근로계약을 맺은 ㄴ씨는 결국 계약해지를 택했다.
직장갑질119는 13일 부당해고,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수습 기간 일방 연장 등 수습 노동자들이 겪는 ‘계약 갑질’ 사례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7월 접수된 제보 1114건 중 이처럼 근로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갑질이 154건(13.8%)이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9일∼15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에서도 응답자 17.1%가 ‘입사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 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수습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규정이 모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해고할 수 있으며, 해고 때 그 사유·시기를 서면 통지해야 한다. 수습 기간을 3개월 넘겼다면 30일 전 해고를 예고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노동자가 30일분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회사가 조사나 조처를 하지 않는 경우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다.
또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사용자는 구직자를 채용한 뒤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근로기준법상 수습 기간 제한 규정은 없지만, 노동부는 수습 기간이 3개월을 넘지 않도록 행정지도하고 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