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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250만명 세액공제 볼모로 ‘회계 공세’…양대 노총 압박 본격화

등록 2023-09-06 06:00수정 2023-09-06 11:57

회계 공시 노조 조합원에만 세액공제 혜택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발표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발표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는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의 조합비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시기를 갑자기 석달 앞당기기로 함에 따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총연맹 단체를 겨냥한 ‘회계 공세’에 가속 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양대 노총은 정부의 회계 공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당장 내년 초 연말정산부터 세액공제 혜택 감소를 체감할 양대 노총 조합원은 250만명에 이른다.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5일 발표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10월1일부터 조합원 수 1천명 이상인 단위노조의 경우 조합원이 소속된 노동조합과 산별노조, 총연맹 등이 모두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만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받는다. 조합원 수가 1천명을 넘지 않으면 단위노조의 공시 의무는 면제되지만 속해 있는 산별노조와 총연맹은 모두 회계 공시를 해야 한다. 양대 노총 총연맹과 산별노조(1천명 이상)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단위노조가 공시에 참여했더라도 조합원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번 ‘재입법예고’는 지난 6월 발표된 개정안을 시행 시기만 3개월 앞당긴 것이다. 그 결과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노조 소속 조합원은 애초 개정안 내용대로 내후년 초가 아닌 당장 내년 초 이뤄질 연말정산에서 올해 10~12월 납부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규모가 큰 노조의 통상 한달 조합비는 기본급(통상임금)의 1%인 3만~5만원 정도로, 가령 300만원을 통상임금으로 받는 노동자라면 1년치 조합비의 15%인 세액공제 금액은 약 5만4천원이다.

노동계는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축소를 결국 산별노조나 총연맹 등의 노동운동에 타격을 입히려는 정부 전략으로 본다. 당장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조합원들이 산별노조나 노총 탈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산별노조나 총연맹은 기업별 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양대 노총은 이날까지 노조 회계 공시에 응하지 않겠단 태도를 보였다. 정부는 물론 사용자 등에 노조의 재정 상황이 공개되면 노조 자주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한겨레에 “공익법인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업하는 반면, 노조 활동 대상은 해당 조합원에 국한된다”며 “조합원에게만 노조 회계 등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으로도 노조는 결산 결과와 회계 감사 자료를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직장인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다급하게 시행령의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노동조합과 상급단체를 옥죄려는 의도”라며 “노조의 연합단체와 총연합단체 탈퇴를 부추기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개정안 시행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이날까지 노조의 회계 공시 항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단지 병원·학교 등 공익법인의 공시 기준과 유사한 항목을 공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공익법인은 토지·건물·주식 등 자산·부채와 기부금·보조금·회비 등 수익, 사업수행비·일반관리비 등 사업비를 신고한다. 노동조합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공시의 의무를 지는 노조와 그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받거나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현장 혼란이 가중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회계 공시 매뉴얼을 참조해달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달 중 회계 공시 매뉴얼을 마련하고 노조를 대상으로 온라인·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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