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PC 끼임사고 12건 반복…“안전장치 있는데도 설치 안 해”

‘평택공장 끼임사’ SPC 계열사 대표이사 공소장
12번 사고에도 “‘손 접촉 금지’ 스티커도 없어”

지난해 10월15일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공장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기계는 흰 천으로 싸여 분리돼 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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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생한 에스피씨(SPC)그룹 계열사 에스피엘(SPL) 끼임 사고 관련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이 회사가 사고 예방용 인터록(자동잠금장치) 설비 재고를 다수 보관하고도 설치하지 않는 등 재발 방지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13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에스피엘 사고 관련 검찰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이 회사 강동석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5일 새벽 6시20분께 에스피엘 평택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끼임 사고와 관련해 사고가 난 라인 관리감독자에게 제대로 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고,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을 다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야간조로 근무하던 노동자 ㄱ(23)씨는 제빵공장 냉장 샌드위치 라인 배합실에서 가동 중인 혼합기 안에 손을 집어넣어 배합 작업을 하다 손이 끼여 말려 들어가 사망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야간시간대 고구마 케이크 라인 관리감독자로 하여금 (사고가 난) 냉장 샌드위치 라인까지 함께 기계 방호장치 점검을 하고, ㄱ씨가 안전하게 이 사건 혼합기를 사용해 작업하도록 지도·관리할 예산을 부여하지 않았다”며 “(냉장 샌드위치 라인) 관리감독자가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음에도 안전보건교육 실시, 현장점검 및 이상 유무 확인 등을 한 것처럼 허위 내용이 기재된 반기별 평가를 했다”고 적었다. 사고가 난 냉장 샌드위치 라인 관리감독자는 관리감독자로 임명만 됐을 뿐 다른 생산 노동자처럼 생산업무를 담당하게 해 방호장치 점검 등 지도·관리 권한을 주지 않았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특히 검찰은 최근 에스피엘에서 끼임 사고가 반복됐음에도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를 위반한 정황을 짚었다. 에스피엘에서는 지난해 4월 노동자가 배합기 청소 중 손 끼임 사고로 손가락 인대 손상을 입고 6월엔 컨베이어벨트에 손을 넣어 반죽을 제거하던 중 손등 상처를 입는 등 최근 3년간 ‘설비 가동 중 손투입 등으로 인한 끼임 사고’가 12건 발생했다.

검찰은 “2022년 7월 안전경영본부 산업안전점검 등 여러 안전점검을 통해 노동자들이 덮개를 개방한 채 작업을 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받아 오는 등 탈착식 덮개로는 산업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었으며, 12건의 기계 끼임 사고가 설비 작동 중 손투입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혼합기에도 산재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연동형 덮개를 설치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안전표준서를 마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관리하지 않고, 2인 1조 근로자 배치를 하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검찰은 “인터록 설비 재고를 다수 보관하고 있음에도 연동형 덮개를 이 사건 혼합기에 설치하지 않아” 사고에 이르렀다고 봤다.

검찰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해 △인터록 연동 덮개 미설치 △2인1조 근무자 배치 의무 위반 △작업안전표준서 작성 및 교육 등 관리의무 위반 △위험성 평가 부실 등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발생했다고 봤다. 검찰은 “피해자는 혼합기 사용방법, 안전수칙 등에 대한 교육 받지 않은 채 혼합기를 사용했으며 당시 혼합기는 정확히 언제 생산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손 접촉 금지’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과 관련된 스티커도 부착되어 있지 않는 등 안전관리가 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강동석 대표를 포함해 에스피엘 공장장, 안전보건팀장, 안전보건팀 소속 안전관리자 등 3명은 노동자에 대한 안전 교육 의무를 게을리하고 사고가 난 혼합기에 대해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게 하는 등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에스피엘 법인은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 사실 관련 의견을 묻는 한겨레 질의에 에스피씨 쪽은 “재판 과정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