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시와 관련된 노동조합법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발표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만든 회계 시스템에 공시하지 않는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의 조합비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양대 노총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며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내년 초 연말정산부터 조합원들이 체감할 세액공제 삭감 앞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날 시행령 개정으로 노조는 다음달 1일부터 11월30일까지 노동부가 만드는 공시 시스템에 2022년도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앞서 정부가 밝힌 대로 이를 거부하는 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오는 10∼12월 3개월치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내년 초 받을 수 없다. 조합비 세액공제의 전제가 되는 회계 공시 대상엔 단위노조뿐 아니라 산별노조, 총연맹 등 상급 단체도 포함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같은 총연맹이 회계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약 250만명인 양대 노총 소속 조합원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양대 노총은 시행령 개정이 실제 노조 회계 투명성과 무관한 노조 탄압에 가깝고 상위법 취지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명분상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앞세웠지만, 본질은 노동조합 통제, 산별노조 운동 탄압 법”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앞서 ‘노조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 시행령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며, 노조에 대한 외부 통제를 제한하는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정부에 냈다. 양대 노총은 시행령 폐지를 위해 법적 대응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속내는 복잡하다. 공시 거부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잃는 조합원들이 노조를 비판하고 탈퇴하는 사태로 치달을 수 있는 탓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회계 공시를 거부하겠단 태도이나 역시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금전적으로는 조합원들한테 피해가 가는 부분이 있어 고민이 있다”면서도 “현재까지는 (공시를 거부한다는 데) 입장 변화는 없다”고 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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