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0일 이른 새벽 서울동남권물류단지에서 택배사 관계자가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벽 배송 중 목숨을 잃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씨엘에스) 하청업체(대리점) 소속 배달 노동자 박아무개(60)씨의 과로사 산재 인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정작 박씨의 산재보험 가입은 사망 당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 사망 뒤 쿠팡씨엘에스 대리점이 뒤늦게 산재보험 가입에 나선 것으로 보여, 쿠팡도 관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이 17일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 박아무개씨의 고용·산재보험 가입 신고는 박씨가 숨진 지난 13일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됐다. 박씨는 지난 13일 새벽 4시44분께 경기 군포시 한 빌라에서 택배 배송을 하다가 머리맡에 쿠팡 배송 상자 3개를 놓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박씨의 고용·산재보험 가입 처리는 박씨가 숨진 뒤인 16일 이뤄졌다. 박씨는 쿠팡씨엘에스의 하청업체 격인 ㅅ물산과 계약을 맺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박씨의 고용·산재보험 가입을 신고해야 하는 사업주는 ㅅ물산이다.
특수고용직인 배달 노동자는 2021년부터 고용·산재보험 모두 의무 가입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박씨와 직접 계약 관계를 맺은 ㅅ물산은 자사 사업장이 고용·산재보험 의무 가입 사업장이란 뜻의 ‘보험 관계 설립신고’를 하고, 박씨와 계약 관계를 맺은 뒤 박씨에 대한 ‘피보험 자격 취득 신고’(산재보험 가입 신고)를 해야 한다. 보험료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반씩 나눠 부담한다.
하지만 ㅅ업체는 박씨의 산재보험 가입 신고는 물론 회사의 보험 관계 설립신고도 박씨가 사망한 당일(13일) 처리했다. 이전까지 고용·산재보험 가입 의무를 사업장 전체가 회피하고 있었던 셈이다. 박씨 사망으로 사회보험 가입 누락이 문제 될 것이 우려되자 급박하게 고용·산재보험 가입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산재보험의 경우 신고 시점과 무관하게 산재가 인정되면 유족이 장례비와 유족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
진성준 의원은 “쿠팡씨엘에스가 고용·산재보험도 가입하지 않을 만큼 관리가 허술한 대리점들과 계약해왔단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며 “고용노동부는 위법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씨의 산재 가입 신청이 사망 당일 이뤄진 것에 대해 쿠팡씨엘에스는 한겨레에 “전문 배송업체인 영업점(대리점)과의 계약 내용을 통해, 위탁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 등 관련 법령의 철저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각 영업점을 상대로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미가입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