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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현장리포트] 비정규법안, 너나 잘하세요

등록 2006-04-26 14:05수정 2006-04-26 14:11

한나라·열린우리 ‘비정규직법안’ 정략적 줄다리기
“노동계 함부로 비난 말라”
사학법 재개정과 여타 ‘민생법안’ 통과 연계를 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최근 줄다리기를 지켜보노라면 절로 떠오르는 한마디가 있다. “너나 잘 하세요.” 물론 ‘친절한 금자씨’의 어조다.

말할 것 없이 이번 사학법 재개정 정국의 직격탄을 맞은 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둔 ‘민생 법안’들이다. 두 당이 손가락 걸고 4월 통과를 굳게 약속했던 비정규직법안도 사학법과의 연계 전략 앞에 그 운명이 불확실해졌다.

그동안 두 당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 비정규직법안 국회 통과에 반대해온 노동계 비판에 한 목소리였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점거하면서까지 법안 통과 저지에 나섰던 민주노동당을 두고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생떼를 쓴다”며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그 자신 노동운동 출신인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회 전체 비중에서 불과 몇 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 정당이 점거 등을 통한 방법으로 법을 표류시키는 것은 무책임하고 잘못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나라당도 이경재 환노위원장이 직접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면서까지 민주노동당의 저지 시도를 앞장서 무산시켰다. 이 위원장은 법안 통과 직후 “여야를 초월해서 고통받고 있는 수백만 비정규직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노동부도 노동계의 강경저지 방침을 소리 높여 비판해왔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들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사용사유 제한’ 규정 없는 비정규직법안은 비정규직양산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자 대안없는 반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해왔다. 또 “강경 노동계의 명분쌓기 투쟁 때문에 법안 통과에 발목이 잡혀선 안된다”고 강행 처리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제와 보면 이들이 그토록 비난해온 노동계는 차라리 당당해 보인다. 적어도 노동계는 ‘사용사유 제한’과 ‘불법파견 판정시 고용 간주(의제)’ 같은 비정규직법안의 원칙과 본질을 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채 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금 두 여·야당은 비정규직법안과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은 볼모삼고 열린우리당은 볼모잡혀 법안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다. 원칙부터 다시 한번 비정규직법안을 논의해보자는 노동계 요구는 일축하던 여당도 비정규직법안과 연계한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논의 요구엔 정치적 흥정이 가능하다며 물러서는 모양새다. 노동부도 거대야당에 대한 두려움 탓일까, 민주노총과 소수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던 날선 모습은 찾아볼 길 없다. 그저 꿀 먹은 벙어리다. 한때 빗발치듯 했던 ‘노동계 저지투쟁 때리기’를 돌아보면 삼자 모두 민망할 지경이다.


안도현 시인은 ‘너에게 묻는다’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물었다. 두 거대 정당과 노동부는 앞으로 노동계를 함부로 비난하지 말기 바란다. 적어도 노동계만큼 끝까지 원칙과 본질에 치열할 만한 자신이 없다면 말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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