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첫 확진자인 ㄱ(43)씨가 양성 판정을 받은 건 지난달 23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일했던 쿠팡 물류센터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통보된 건 하루 뒤인 5월24일이다. 확진자가 나오면 보건소와 지방정부는 동선을 파악해 해당 시설에 곧바로 알려주고 방역조치를 하도록 해야 하는데, 수천명이 일하는 쿠팡 물류센터에는 왜 통보가 늦었을까? 7일 인천 부평구와 부천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부평구보건소는 지난달 9일 부천 돌잔치 뷔페(라온파티)를 다녀온 ㄱ씨를 ‘라온파티 관련 감염자’로 판단해 이를 5월23일 낮 12시40분께 부천시보건소에 알렸다. ㄱ씨는 확진 전인 5월12일 오후 4시10분께 거주지인 인천 부평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쿠팡 물류센터에 도착해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이곳에서 근무했지만, 이 사실을 눈여겨 본 이는 없었다. 코로나19 감염 확인 직전 13일 동안(5월11일~23일) 물류센터에서 일한 시간은 딱 하루인 일용직·초단시간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부천시 쪽은 “(ㄱ씨 사례를) 23일 ‘라온파티 관련’으로 통보받았을 뿐, (부평구 쪽에서) 물류센터 관련 정보를 전달받지 못 했다”고 설명했다.
정규직과 달리 일용직은 이렇게 ‘명확한 직장’을 바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감염병 관리를 위해선 역학조사 과정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고용형태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2015년 메르스 때 ‘부분 폐쇄’가 결정됐던 삼성서울병원이 보건당국에 제출한 접촉자 명단엔 정규직만 포함돼, 초기 검사 대상에서 빠졌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통한 추가 전파가 발생했는데 이번 역시 비슷한 상황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여러 곳에서 일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방역당국이 역학조사 때 고용형태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나 콜센터 등에서 나온 환자들의 동선을 보면, 낮은 임금을 보전하려고 ‘생계형 엔(N)잡’을 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여러 곳에서 일하면 그만큼 감염 요소와 접촉 빈도가 많아져 코로나19 감염이나 추가 전파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 내 일용직 비중과 관련해 질병관리본부는 “환자별 고용형태를 구분해 통계를 정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부천시 쪽도 “(쿠팡 물류센터 관련 전수조사) 전체 직원은 4300여명이지만, 고용형태별로 파악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보다 적극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겸 노무사는 “출근 후 퇴근까지 노동자가 코로나19에 노출되는 문제는 질본이 아닌 노동부의 관할”이라며 “노동부가 일터에서의 코로나19 방역 책임이 사업주한테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주지시키고, 사업장별 특성에 따른 방역대응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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