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태년 원내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당정 협의를 거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17일 발의할 예정인 가운데,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여러 차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약속을 해놓고도 이를 추진하는 대신, 산안법 개정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양대 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16일 성명을 내어 “민주당과 고용노동부는 산안법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가 2018년 2월 입법 예고한 산안법 개정안에는 산업재해 사망 등에 대한 하한형 형사처벌 내용이 담겼지만 이번 개정안에선 아예 빠졌고, 벌금 하한 기준만 현행 규정보다 불과 50만원(개인 기준) 많아진 수준”이라며 “노동자의 죽음에 쥐꼬리만큼 벌금을 올려놓고, (산재 책임을) 돈으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어 “(여당의 산안법 개정안 발의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느라 산안법이 지니는 한계와 개정의 어려움을 외면한 것으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재난 참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머뭇거리고 있는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아직 당내에서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산안법 개정안으로 할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할지 확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산안법 개정에 무게를 두었지만, 노동계가 강하게 비판하는데다 국민의힘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에 공감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민주당은 장철민 의원이 당정 협의를 반영한 산안법 개정안을 17일 대표 발의할 예정이지만, 당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소관 상임위 논의를 일단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고위전략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론으로 정하면 법이 경직화된다. 상임위 자율권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노동 현실을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이날 당 대표단회의에서 “민주당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담은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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