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지난 여름 휴가 때의 일이다. 30대 중반 최고 꼭대기에 위치한 싱글 여성의 휴가는 그야말로 화려할 수도, 빈티 나게 초라할 수도 있는 기간이었다. 갖은 고민을 다했다. 내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어떻게 할까 하고. 20대 막바지에 이직한 지 5년이 지나 있었다.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는 스스로 자각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들었다.
평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손꼽아 봤다. 국토순례 도보여행, 사찰음식 배우기, 책읽기, 영화보기, 잠자기 등. 선천적으로 화려한 걸 싫어한다. 군더더기가 있는 것도 싫다. 조용하게 책을 읽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면 충분했다. 그저 내 영혼을 자유롭게 놓아두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뿐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사찰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요즘 사찰들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 그러나 단체생활을 해야 했다. 이번만은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그래서 경남 합천 해인사로 무작정 찾아갔다. 20여년 만에 들른 그곳은 어떻게 변했는지, 수행중인 스님들의 생활은 어떤지, 나는 얼마나 단련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던져보고 싶었다.
해인사 주변 암자만 12개 정도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벽 예불 새벽 4시, 아침공양 5시30분, 점심공양 11시20분, 저녁공양 5시50분. 가능한 이 시간만큼은 지키려 노력했다. 나머지 시간은 주변에 흩어져 있는 암자를 찾아다니며 백팔배 하고, 한산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책의 주인공과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졸릴 때는 숲속에서 낮잠도 잤다. 산중 계곡의 물소리가 음악소리요, 주변의 경관이 병풍이란 말이 절로 떠올랐다. 일주일간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일터는 그대로였지만 나는 새롭게 단련되어 있었다. 이 짧은 여행으로 세상살이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지혜를 내 가슴속에 오롯이 남기는 해가 된 것 같다. 올 여름에도 또 한번 시도해 봄 직한 여름 산책이었던 것이다.
김우영/ 서울 마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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