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긴급 토론회 모습. 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이달 안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는 가운데, 언론·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학계가 또 다시 한자리에 모여 법안을 둘러싼 공개적 의견 교환에 나섰다. 지난 5일 언론인 현업단체들이 마련한 ‘긴급토론회―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에 이어,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 주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이대론 안 된다: 핵심은 시민권리 강화’ 긴급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 사회로, 별도 주제 발표자 없이 열린 토론으로 진행됐다. 토론자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장, 장혜영 정의당 의원,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이용성 민언련 정책위원장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애초에는 참석을 수락했지만, 나중에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 시도에 비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을 이유로 불참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언론 피해자 구제 강화’라는 법안 취지에 공감했기에, 현재 법안이 권력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남용되지 않을 수 있는 “합리적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하고자 했다. 하지만 고의·중과실 추정과 관련한 조항(제30조의3)을 두고, 큰 견해차를 보였다. 장 의원은 “정의당은 시민 피해 구제를 위해 배액배상제가 필요하다는 건 당론으로 공감해왔다”면서도 “위헌 소지가 있는 해당 부분은 통으로 없애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정책위원장도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으로 인해 언론사의 입증 책임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불명확하다”면서 “해당 부분이 일반적 판단 기준에 불과해,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 또한 “고의·중과실 추정은 (명문화하기보다) 법원에 맡기자는 의견에 찬성한다”면서 “고의·중과실이 없을 경우 면책된다는 조항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11일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긴급 토론회 모습. 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김 특위원장은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이 빠지면 이 법이 무력화된다. 원고 입장에서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시민들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핵심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김 특위원장은 “언론의 자유는 시민의 자유를 위한 것이고, 언론사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해당 조항이 ‘언론 자유 보호’와 ‘시민 피해 구제’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고민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특위원장은 언론중재법 외에도 민사소송법 전반에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증거개시제도는 재판 시작 전에 당사자들이 증거를 서로 교환하는 절차를 말한다.
정치·경제권력이 언론의 비판 보도를 막고자 택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에 유리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과거 사례를 보면 언론사나 기자 입장에서 소송이 제기된 자체보다 가압류로 인해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법안에 가압류를 어렵게 하는 조항을 덧붙이는 방안도 가능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11일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긴급 토론회 모습. 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 갈무리
김 특위원장은 ‘지금 나온 법안을 관철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견을 더 반영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법안을 수정하더라도 해당 상임위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제가 이 자리에서 확답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오늘 논의된 내용, 지적을 충분히 (당 내부에) 공유하고, 특위 차원의 대안 같은 걸 만들어서 상임위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제시하고 상임위에서 (추가로) 논의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나머지 토론 참석자 다수는 “여전히 할 말이 많다”며, 추후 공개 논의의 장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교수는 “법안이 잘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한데, 법이 통과되느냐 안 되느냐도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문체위원장, 법사위원장이 바뀌면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마무리 발언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이야기가 21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나온 건 맞지만, 이 정도로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기회는 적었던 게 아닌가 싶다”라며 “‘판을 뒤엎자’는 취지의 문제 제기가 아니라, 서로 접점을 찾기 위한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본다. 더 노력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