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외신기자들도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는 20일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외신 언론인 모임으로, 세계 각국 100개 언론사에 소속된 정회원 3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성명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민주사회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큰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소탐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쳐, 시민 언론 피해 구제 강화와 함께 언론자유와 책임을 담보하는 균형적 대안을 차분하게 만들자’는 한국기자협회 등 국내 언론단체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한국기자협회 등 국내 언론인 7개 단체는 개정안 처리의 절차적 정당성 부족을 비판하며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사회는 또한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신기자들 중에서는 언론중재법 외에 한국의 명예훼손죄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느끼는 기자들도 있다”며 “전세계 주요국 중 유례가 드물게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죄가 민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이 가능한 데다가, 허위가 아닌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찬성하는 국내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지난 1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 뒤 “언론중재법 개정에 앞서 형법상의 명예훼손과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삭제해 언론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복규제를 우선 해소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런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도 발의했지만, 구체적인 통과 추진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사회는 “대한민국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뤄내며 해외 언론들의 관심도 높아졌으며, 65년 전 9명으로 시작한 서울외신기자클럽도 오늘날 외신기자 정회원 3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동아시아 지역 미디어 허브를 서울로 옮기는 해외 언론사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촛불집회를 통한 평화로운 정권 교체와,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한 언론 환경과 언론에 대한 인식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최근의 언론중재법 개정 움직임으로 인해 그간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국제적 이미지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이 후퇴하게 될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며 “권력자들이 내외신 모두의 취재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최근 정부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외신 기자들에게도 적용되는지와 관련해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이 법안이 국회에서 전광석화로 처리되기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한국 속담처럼 심사숙고하며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기를 기대한다”고 사회적 숙의를 촉구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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