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편집위원회가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토요판·인터뷰 기사를 점검하는 토론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21년 7월24일 한겨레가 평일 신문 판형과 차별화되는 타블로이드 판형 토요판 <한겨레S> 첫 호를 발행했다. 앞서 2012년 1월28일 출범한 토요판이 기존 언론 문법을 뛰어넘는 형식과 내용의 기사로 도전의 첫발을 뗐다면, 9년 만에 ‘작은 판형’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2년 전 첫 <한겨레S> 발행 당시 이유진 토요판부장은 “신문보다 작은, 잡지보다 덜 무거운, 책보다 다채로운 신문”이라며 “이 시대에 배제된 작은 것들과 연결하고 함께하는 토요일을 꿈꿔본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3월27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10기 열린편집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는 <한겨레S>(이하 토요판)와 한겨레 인터뷰 기사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승윤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김경식 고철연구소장,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민경연(취업준비생)씨, 이명재 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위원(시민언론 ‘민들레’ 대표),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참석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이주현 뉴스총괄, 전정윤 인사교육부국장, 김태규 토요판부장, 김규남 토요판팀장이 함께했다.
이승윤 지난해 4월26일 1차 회의를 시작한 10기 열린편집위원회가 오늘 12차 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오늘은 토요판 기사와 한겨레의 인터뷰 기사를 살펴보겠다.
민경연 재작년 주말판 사이즈(편형)가 작아진 이유를 설명하는 토요판부장 칼럼에 “사이즈 신경 쓰지 말고 내용이나 잘 만들어라”라는 댓글이 달린 걸 봤다. 저는 사이즈를 바꾸면서 디자인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돼 충분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보던 주중 지면과 달리, 토요판은 주간지와 가까운 지면을 통해 한가지 중요한 주제의 문제의식을 종합해서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취미나 취향을 담은 ESC를 보면서 평일 신문과 약간 타깃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데, 독자층이 약간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이소희 토요판은 일간지라기보다는 별도의 종합주간지 같다. 정치에서부터 지역 현안, 사회 이슈, 그 시즌에 맞는 기회기사를 심도 있게 다룬다. ‘성한용의 막전막후’에서 정치를 분석·해석하는 기사를 다루고, 그 뒤에 <한겨레 BOOK>과 <한겨레 ESC>가 나온다. ‘#오늘하루운동’이 재미있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에 운동이 자기관리에만 초점 맞춰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직장인뿐 아니라 중년과 노년 여성, 장애인 등 좀 더 다채로운 몸의 운동을 다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냠냠냠’을 제일 먼저 볼 정도로 좋아하는데, 1년간 육식 식당이 주로 나왔다. 작가님이 이 부분(채식 식당 소개)을 고민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오동재 토요판은 시각적으로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이시고, 독자로서 눈이 즐겁다. 월~금요일 지면을 보다가 토요판에서 되게 신선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번 호에서 제주 제2공항 개발이 일으키는 문제를 잘 다뤘는데,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이미지가 효과적으로 담겨 있었다. 평일 지면에서도 그런 시도가 많아지면 좋겠다.
김경식 열두번 회의 중에 오늘 가장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느꼈다. 판형이 처음 바뀔 때 불만이 컸는데, 이제 판형에는 익숙해졌다. 개인적으로 책 섹션을 꼼꼼히 보고, 관심 있는 책은 경향신문 서평과 비교해서 본다. 유익한 정보도 많고 한겨레라서 좋은 책을 소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칼럼은 주중 기사의 연장선 성격이 강한 기자 칼럼보단 외부 필진이 쓰는 새롭고 다양한 칼럼을 많이 보고 싶다.
김영주 토요판 기사 대부분이 참 좋은데 책에 할애하는 만큼의 열정을 다른 문화 분야에도 골고루 배분해주시면 좋겠다. 또 저 역시 ESC를 아주 좋아하지만 ‘세상의 모든 즐거움’이라는 제목이 누구의 즐거움일까, 그 즐거움이 중산층과 서울에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승윤 토요판이 정체성을 어떻게 잡고 가는지 궁금하다. 저도 토요판 앞부분 뉴스는 넘기고 뒤에 있는 ‘오늘도 냠냠냠’부터 보게 된다. 주중에 스트레스 주는 사회현상 기사들이 많은데, 토요판만큼은 긍정적인 기사나 조금 더 희망을 주는 소식이나 문화·공연 기사를 접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토요판은 평일치와 정체성이 다르기보다는 많은 게 다 들어 있는 주간지 같은 느낌이다.
이명재 토요판은 언론 연성화의 흐름에서 적정성 고민이 있을 듯하다. 토요판에서 다루는 주제와 사안의 성격이 대체로 여유 있는 중산층 이상 계층들이 많이 흥미를 가지는 것들이다. 한겨레의 중산층화 유한계층화의 딜레마를 좀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또 하나, 한겨레의 ‘피시’(Political Correctness)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를 넘어서 피시주의나 강박으로 나아갈 때는 폐해가 크다고 본다. 토요판의 색다름 추구와도 연결되는데, 공동체성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하는 한겨레가 피시주의로 인해 자칫 ‘모든 개인의 선택은 옳다’는 개인주의 찬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하면 좋겠다.
이주현 2021년 토요판을 타블로이드로 바꿀 때, ‘새 부대를 만들어야 새 술도 생긴다’, 형식을 바꿔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자는 목표였다. ESC의 경우 직접 경험하지는 않더라도 ‘요즘 힙한 건 이런 거구나’ 같은 엿보기 기능이 있다고 본다.
김태규 토요판이 타블로이드로 바뀌면서 뉴스, 책, ESC라는 세 개의 이질적인 조합이 탄생했다. 전통적인 한겨레 독자들에게 이 조합이 어떨까 싶지만, 저 역시 ‘놀이하는 인간’과 거리가 먼데도 ESC를 보면서 ‘이런 게 있구나, 재밌게 노는구나’ 생각한다. 연성화라는 문제의식을 갖되, 토요일에 편안히 볼 수 있으면서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통찰력을 줄 수 있는 개편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승윤 ‘육퇴한 밤’ ‘애니멀피플’ 등 한겨레의 영상 콘텐츠를 토요판과 연결하면, 주말에 토요판을 보고 영상 찾아들어가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김영주 예전 신문 텔레비전 프로그램 소개처럼 토요판이 한겨레의 다양한 콘텐츠를 설명해주고, 인터넷·모바일 기사에는 링크를 걸어주면 좋을 것 같다.
“인터뷰 대상 남성 63%…여성·장애인·소수자 다양화를”
이소희 토요판은 물론 평일에도 인터뷰 기사가 많다. 지난 3월1일부터 3월25일까지 한겨레는 46명 정도를 인터뷰 꼭지에서 다뤘다. 남성 29명(63%), 여성 17명(37%)이었고, 그중 교수 8명, 배우 6명이었다. 한겨레가 누구를 만나는지 감각할 수 있었다. 인터뷰이의 성비와 직업이 다양해지고, 장애인 등 소수자 인터뷰도 많아지면 좋겠다.
김영주 최근 윤은혜 배우나 임은정 검사 인터뷰를 보면서 왜 이 시점에 이 사람을 인터뷰했는지 궁금했다. 편집자주를 통해 맥락을 설명해주면 좋겠다. 또 27일치 9면에서 인터뷰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환경경제학자’인데, 환경경제학이 어떤 학문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특정 전문가 1명을 인터뷰할 때는 왜 이 사람을 인터뷰하는지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오동재 지난 2년간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인터뷰 대상 대부분이 50~60대 전문가이거나, 해외 10대였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혁신기업 대표, 색다른 방법으로 기후 활동을 하는 시민 등을 좀 더 발굴하면 좋겠다. 단순히 기후 변화의 피해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넘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구성원의 모습과 대안을 보여주는 시도가 많아지면 좋겠다.
민경연 논설위원이 공격적인 인터뷰를 하는데, 검증이 필요한 인터뷰이의 말을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 처리하고, 보도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이종규 인터뷰 기사는 답변자의 말을 전하는 형식이라 늘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인터뷰이 선정 단계부터 논설위원들이 많은 논의를 한다. 일단 인터뷰를 하면 답변자의 견해나 주장은 그대로 써준다. 다만 팩트가 틀린 말에 대해선 일문일답 중간에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보완한다.
이승윤 인터뷰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일반 기사보다 문제의식을 입체적이고 강하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토요판 ‘소소의 간병일기’나 ‘6411의 목소리’는 인터뷰보다 오히려 더 생동감 있고, 구체적으로 문제의식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어렵고 거창한 얘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질 때 상당히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재 벌써 오늘이 마지막 회의다. 그사이 한겨레 내부에서 만든 신뢰보고서와 외부 평가가 반영된 편집국 전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둘 다 치열한 내부의 질문과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진상조사 보고서에 ‘한겨레는 오너가 없는 회사’라는 표현이 있는데, 7만명의 국민주주와 한겨레를 보고 기대하는 시민도 한겨레 주인이다. 하지만 한겨레 대표이사 선거 때 내부인(직원)만 주인 권리를 행사한다. 이 방식이 상당히 많은 문제의 결과이자 원인이라고 본다. 또 한겨레는 사내 민주주의가 활발하다고 하나, 그 민주성은 한겨레의 합목적성에 부합할 때 비로소 실질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한겨레 내부는 민주주의의 과잉과 결핍이 동시에 있다고 본다. 그에 대한 깊은 자기점검이 있기 바란다.
이소희 1년간 열린편집위원으로서 한겨레 신뢰보고서, 김만배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과정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두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겨레는 ‘독자위원이니까 여기까지만 아세요’가 아니라 내용을 온전하게 공유했다. 그것이 한겨레의 힘이라고 느꼈다.
이승윤 한겨레는 2013년부터 법적 의무가 아닌데도 독자위원회를 설치해 독자와의 민주적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또 이번 열린편집위원들은 ‘열린편집위원의 눈’ 칼럼을 나눠서 작성했는데, 한겨레에 대한 애정이 많아 전달하고 싶은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 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면서 10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를 마친다.
녹취 김규남 기자, 정리 전정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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