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점수 조작 혐의로 기소돼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검찰의 기소에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법률 해석상 방통위원장은 국회의 탄핵 절차에 의해서만 면직이 가능”하다며 “오늘 중으로 면직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7월말까지 임기가 두 달 남은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한 전 위원장은 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방통위 감사, 9월 검찰 수사, 영장 청구, 불구속 기소, 면직 등 일련의 과정이 결국 방통위원장 축출 목표로 진행됐다”며 “(임기) 두 달 남겨놓은 상황에 이리 급하게 면직 처분한 건 공영방송 경영진을 하루빨리 교체하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 방통위는 <한국방송>(KBS) 이사 추천권과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권을 지닌 기구다.
검찰은 지난달 2일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티브이(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고의로 낮추는 데 관여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한 전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한 전 위원장이 티브이조선 평가 점수가 재승인 기준을 넘겼다는 보고를 받고 ‘미치겠네, 그래서요?’ ‘시끄러워지겠네’ ‘욕 좀 먹겠네’ 등의 발언으로 ‘묵시적 지시’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점수 조작을 직접 지시했다는 정황은 특정하지 못해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3월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검찰은 제가 아침 6시50분이면 집에서 나와서 차를 타고 서울청사까지 가는 차 안에서 (해당 발언이)벌어진 일이라고 한다”며 “3년 전에 차 안에서 1분 정도 이야기한 내용을 구체적 워딩까지 기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지 모르겠다.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저는 결코 당시 이런 말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검찰을 반박했다. ‘해당 발언을 안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저는 한 기억이 없고 했을 리 없다. 이게 현재 제 입장이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한 전 위원장이 “직접 중대범죄를 저질러 형사소추되는 등 정상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그의 면직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면직은 절차적·내용적 정당성이 모두 없다는 것이 한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한 전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은 국회의 탄핵 절차에 의해서만 면직이 가능하다”며 “법적 절차가 없는데 면직을 한 꼴”이라고 했다. 그는 또 “주요 혐의 사실에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저도 혐의 사실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고, 면직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면직 사유 자체가 부당하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면직 처분 취소 청구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임기가 두 달 남은 상황에 소송의 실효성이 있겠냐는 질문에 한 전 위원장은 “실효성을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방통위원장의 임기 보장은 방통위 독립성과 방송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이게 무력화된다면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면직의) 부당성을 판단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제 임기가 7월 말까지라면 적어도 그동안은 제가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막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소송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후임 방통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한 전 위원장은 “‘MB 정부 시절에 방송 장악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런 평가가 있다. 물론 어쨌거나 대통령의 인사권 범위 안에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문제는 그런 분들이 와서 하고자 하는 일이 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임기가 정해진 공영방송에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이른바 방송 장악에 나선다면 이건 더 큰 문제라고 판단이 되는 거다.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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