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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분리징수’ 속도전…절차 정당성 논란에도 모르쇠

등록 2023-06-13 16:31수정 2023-06-14 02:41

각계 원로 “내년 총선 집권당에 유리하도록 야욕”
사회 각계 원로인사들과 언론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회 각계 원로인사들과 언론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제대로 된 공론 절차와 공영방송 재원 구조에 대한 검토 없이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속도를 높이자, 언론단체에 이어 사회 각계 원로인사의 반대 목소리가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해당사자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수신료 징수 방식 변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13일 “내일(14일) 상임위원 전체회의에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등이 보고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건의 주요 내용은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과 향후 추진 일정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에서는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수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 나오는 ‘지정받은 자’란 현재 수신료를 통합·위탁 징수하고 있는 한국전력을 가리킨다.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논의가 이뤄지고 나면, 이후에는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치게 된다. 이어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까지 끝나면 개정된 시행령 공포를 위한 모든 법적 절차는 끝난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이 기간이 55~60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행령 개정 내용이 단 한 줄에 불과한 만큼, 법제처 심사나 입법예고 기간은 좀 더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대통령실과 방통위 등이 ‘절차적 정당성’을 제대로 지켰는가 하는 점이다. 먼저 대통령실은 지난 5일 방통위 등에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하며 그 근거로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누리집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온라인 찬반투표 결과(징수 방식 개선에 96.5% 찬성)를 내놓았다. 해당 투표는 동일인의 중복 참여(어뷰징)에 따른 왜곡 가능성이 있고 여당 및 보수 유튜버의 조직적인 동원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수차례 나왔는데,(<한겨레> 4월5일치 6면)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 대신 대통령실은 온라인 찬반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제안심사위원회’를 열어 권고 내용을 심사했다고 밝혔으나, 이 위원회가 미디어 분야 전문가나 수신료 분리 징수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한국방송>(KBS)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는지도 의문이다. 이 위원회는 민간 위원 9명과 정부 쪽 위원 4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됐으나 구체적인 위원 명단과 회의록 등을 모두 비공개하고 있다. 한국방송 관계자는 “심사에 앞서 우리 쪽에서 직접 출석해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입장과 분리 징수가 공영방송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국민제안비서관실에서 거부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 이후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사이에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한 방통위도 논란의 중심에 뛰어든 것은 마찬가지다. 5명 상임위원의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한상혁 전 위원장 면직과 야당 추천 최민희 상임위원 임명 거부로 현재 김효재·이상인·김현 상임위원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효재·이상인 위원은 정부·여당 추천 몫, 김현 위원은 야당 추천 몫으로 분류된다.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조선일보> 기자 출신 김효재 위원이 맡고 있다.

이에 김현 상임위원은 12일 상임위원 간담회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사회적·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안에 대해서 3인의 상임위원만으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5인 체제의 위원회 구성 이후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전체회의 개최 등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김효재 직무대행은 한 전 위원장의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법원이 오는 23일까지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는데도, 굳이 시행령 개정을 몰아붙이고 있어 ‘월권 논란’까지 빚고 있다. 만약 직무정지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한 전 위원장은 곧바로 복귀하게 된다.

한편 정부의 일방적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행태와 관련해 한국방송 이사장을 지낸 김상근 목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초대 위원장인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등 사회 각계 원로인사들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총선에서 언론 환경을 집권 여당에 유리하도록 인위적으로 변경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방통위는 대통령실이 주도해서 한상혁 위원장을 해임하고 야당 추천 상임위원을 대통령이 아무 이유 없이 임명하지 않고 있어 현재 3인밖에 되지 않는 비정상적 상태”라며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 중차대한 수신료 분리 징수 사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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