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시켰다. 방심위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뉴스타파를 시작으로 ‘인터넷 언론 심의’를 본격 개시했다.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와 동영상 등에 대한 심의는 2008년 방심위 출범 이후 처음인데, 심의 대상을 두고 방심위 스스로 갈팡질팡하는데다 법적 근거마저 희박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인다. 이런 상황에서 방심위가 이번 심의를 통해 ‘기사 삭제’ 등의 시정요구를 내놓는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황당하고도 중대한 침해 사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언론계 안팎에서 나온다.
방심위는 지난 11일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를 열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에 대해 심의하고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뉴스타파는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3월6일 김씨 음성이 담긴 녹취파일을 근거로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인터넷 기사와 유튜브 동영상으로 다뤘는데, 이 두 건이 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방심위는 이에 대해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에 접수된 신고 내용을 확인해 통신심의소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상 초유의 인터넷 언론 심의는 방심위가 지난달 21일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심의 대책 세부 내용’을 발표하며 예고됐다. 당시 방심위는 인터넷 언론 심의 결정의 배경과 관련해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와 동영상도 통신심의 대상에 포함은 되지만, 언론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심의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며 “일부 인터넷 언론사 콘텐츠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음에도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방심위가 언급한 ‘일부 인터넷 언론사’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냐 하는 점이다. 당장 류희림 방심위원장부터 지난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심의 대상 매체의 범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 류 위원장은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종이신문 인터넷판도 통신망을 통해 전송되는데, (이런 매체까지) 방심위에서 심의하겠다는 취지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굉장히 과도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런 언론사에는 자체 심의규정이 있다”는 것이 이들 매체를 심의 대상으로 안 본다는 이유였다. 흔히 ‘인터넷 언론’으로 부르는 인터넷 신문은 신문법(2조)에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와 통신망을 이용하여 간행하는 전자간행물’로 규정된다. 여기에는 뉴스타파만이 아니라 한겨레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신문사가 운영하는 인터넷판도 당연히 포함되는데, 류 위원장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인터넷 언론 심의 기준과 절차, 법적 근거 모두 불명확하다는 것도 여전히 논란이다. 방심위는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내놓을 때 본격적인 심의 시행에 앞서 인터넷 언론사에 구체적인 심의 기준과 절차 등을 공지하겠다고 밝혔으나, 17일까지 어떠한 언론사에도 이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이미 심의 대상이 된 뉴스타파에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방심위의 인터넷 언론 심의는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다. 방심위는 뉴스타파 심의의 법적 근거로 정보통신망법(44조의7)의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조항을 내세우고 있다. 법적으로 위원회가 해당 법률에 규정된 불법정보를 심의할 수 있고,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물은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에 해당’하므로 통신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방심위 법무팀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친 법률 검토 끝에 이런 법 해석을 만들어냈다.
반면 언론·정보인권 분야 전문가들은 방심위의 이런 법 해석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자의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방심위가 정보통신망법의 불법정보 조항을 바탕으로 인터넷 표현물을 심의해 삭제·차단하는 것만으로도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에 해당한다는 논란이 여전한데, 그 적용 범위를 언론사 보도물로 확장하겠다는 것은 위헌적이고도 황당한 발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보통신망법의 불법정보 조항은 과거 전기통신사업법 53조 ‘불온통신의 단속’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한 뒤부터 생긴 것”이라며 “과거 ‘불온’에서 ‘불법’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심위라는 행정기관이 이 조항을 근거로 사법부의 권한에 속하는 불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것은 검열이고 위헌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2002년 6월 전기통신사업법 53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방심위가 심의 대상이 되는 인터넷 언론의 범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법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방심위의 통신심의는 그동안 주로 인터넷 게시물을 대상으로 해왔는데 이를 언론사에 확대·적용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범위를 확정하는 게 먼저”라며 “논란이 있으니 특정 언론사만 먼저 하겠다는 건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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