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식 한국방송(KBS) 보도본부장(오른쪽)이 지난 14일 서울 한국방송아트홀에서 열린 박민 신임 사장의 대국민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과거 한국방송 내 사조직을 결성해 징계를 받았던 장한식 전 한국방송(KBS) 방송주간이 뉴스 총책임자인 보도본부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민 사장이 취임한 지난 13일부터 이어진 ‘박민 체제’ 케이비에스 인사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 조합원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5개 국장 자리를 제외하고 지난 22일 모두 마무리 됐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방송 뉴스의 총책임자로 발령 받아 박민 사장 기자회견(14일)에 함께 섰던 장한식 신임 보도본부장은 현재 회사 쪽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장 본부장은 통합뉴스룸 방송주간 시절이던 2016년 3월 ‘케이비에스 기자협회 정상화를 위한 모임’ 결성을 주도했다가 4년 뒤인 2020년 6월 회사로부터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장 본부장은 이에 불복해 회사를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1심에서 패소했다. 지금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해당 모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고대영 당시 한국방송 사장 재임 시기 조직된 비공식 모임으로 약 한달간 8개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129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방송 기자협회가 “특정 정치 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해왔”으며 “민주노총 산하 특정 노조의 2중대”라고 비판했다. 장 본부장 외에도 정지환 전 보도국장, 박영환 전 취재주간, 강석훈 전 국제주간이 모임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어 “직장 내 갈등과 반목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1심 재판부(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3부 재판장 홍기찬)는 징계가 합당하다고 봤다. 당시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이들의 직위와 해당 시기 인사발령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이 모임이 “편 가르기 효과를 발생시켜 방송 독립을 지키고 취재 및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는 직장 질서를 현저히 저해했다”고 판시했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장 본부장은) 보수 정권 당시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을 만들어 기자들을 겁박하고 종용했던 국장급 직위자”라며 “보도본부장이 되자마자 케이비에스는 ‘땡윤뉴스’, ‘윤석열 브이로그(Vlog)’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영방송 보도의 수장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케이비에스와 징계 무효를 다투고 있는 인물이 본부장에 임명됐으니 이해충돌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장 본부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휴대전화 문자로 연락을 시도 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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