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한국방송 사장(오른쪽)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방송(KBS) 라디오제작국 한 제작부장이 특정 노조 조합원을 두고 “시사프로 방송 진행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문제의 노조로 지목받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즉각 반발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이 부장은 이달 초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과 부서 회의 중 “지금 이 체제에서 제가 까놓고 얘기할게요”라며 “이렇게 ‘하드한’ 시사(프로그램)에 2노조 진행자를 쓰는 것은 아니다, 약간 이런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 거거든요. 임원 이하 간부 사이에”라고 말했다.
2노조는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를 가리킨다. 이날 의원실 설명을 들어보면, 이 부장은 언론노조 소속 직원이 프로그램 진행자로 거론되자 해당 발언을 했고, 발언을 접한 제작진은 “엠시(MC)를 고를 때 노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업무나 기회에서 차별을 받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현행
노동조합법(81조)은 노조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일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노동조합법과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간부 본인의 생각이 아닌 경영진의 인식이라고 밝혔다는 점이 문제”라며 “해당 제작부장과 박민 사장 모두 조사 대상”이라고 했다. 한국방송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제작부장은 최근 ‘
배종찬의 시사본부’ 패널 교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작진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보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박민 사장은 “현장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 치더라도 실제로 그런 지시가 있었는지는 전혀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인데, 녹취만 틀면서 조치를 취하라고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라면서도 “조사는 하겠다”고 답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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