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9월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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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보도 방송사를 겨냥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가짜뉴스 심의 민원을 넣은 이들이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과 지인 등이었다는 청부 민원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류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과 방심위 노조는 류 위원장의 적반하장식 태도를 지적하며, 민간 독립기구인 방심위의 심의 체계를 심각하게 왜곡한 만큼 류 위원장 해촉과 철저한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26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최근 접수된 ‘비실명 대리 신고서’를 보면, 지난 9월4∼6일 사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와 관련해 방심위에 들어온 심의 민원 중 10건이 류 위원장의 가족과 그가 몸담았던 미디어연대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들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한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제이티비시(JTBC)의 뉴스에 대해 민원을 넣었고, 이 중 일부는 10∼13일 뒤 취하됐다.
이들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9월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에서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파일 보도에 대해 “방심위 등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발언한 직후부터다. 신고자는 위 10건에 더해 류 위원장의 친인척, 가족이 운영하는 단체 관계자, 전 직장 직원 등 사적 이해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 40여명이 100여건의 민원을 제기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원이 쏟아진 직후인 9월5일 방심위는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파일 인용 보도 관련 민원에 대해 신속심의를 하기로 결정했고, 지난달 13일 한국방송 ‘뉴스9’,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피디수첩’, 제이티비시 ‘뉴스룸’, 와이티엔(YTN) ‘뉴스가 있는 저녁’ 등 5개 프로그램에 1억2000만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방심위 역사상 최고 수준 중징계였다. 류 위원장은 관련 회의를 주재하며 심의·의결에 참여했다.
쟁점은 두 갈래다. 류 위원장이 사적 인맥을 동원해 가짜뉴스 심의 민원을 넣도록 사주했는지가 첫번째, 류 위원장이 이러한 사적 이해관계자의 민원 제기 사실을 알고도 관련 심의에 참여하면서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하였는지가 두번째다. 이해충돌방지법(5조)은 제재 처분과 심의 등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 대해 사적 이해관계자가 직무와 관련된 사실을 알았다면 해당 업무에 회피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고서에 따르면 9월14일 방심위 사무처 직원이 류 위원장에게 류 위원장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민원신청 현황을 보고했다. 같은달 27일에는 방심위 내부게시판에 “류 위원장님,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 안건 심의 왜 회피하지 않으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신고자는 “류 위원장이 (가족 등의 민원 제기 사실을 알고서도) 회피 신청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사무처를 통해 해당 직원에게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논란이 커지자 방심위는 이날 류 위원장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어 “민원 신청인의 개인 정보 유출은 중대 범죄 행위”라며 “‘공익신고’로 포장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특별감사와 수사의뢰 등 법적조처를 통해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규명해 낼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도 이날 신고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 지부는 성명을 통해 “이 시점에서 방심위가 우선해야 할 것은 공익제보자 색출이 아니라, 위원회 심의 체계를 모독한 류 위원장의 의혹 조사와 결과에 따른 대국민 사과”라고 반발했다. 신고자를 대리하는 박은선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고발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권익위에 제보자 보호조치를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