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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류희림이 부끄럽다…방심위 직업 윤리가 짓밟혔다”

등록 2024-01-21 16:35

‘류희림 체제’와 싸우는 방심위 직원들
김준희 방심위노조 지부장 인터뷰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장(왼쪽)이 지난 16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방심위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부임 넉달 만에 방심위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가 지난 11일 공개한 류 위원장의 직무수행 능력 설문조사에서는 단 한명의 긍정 응답도 없이 응답자 96.8%가 부정 평가를 내렸고, 13일에는 사무처 직원 149명이 ‘청부 민원’ 의혹을 처음 제기한 내부고발자와 연대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류 위원장을 재신고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이 투쟁의 근간에 “직업윤리를 짓밟힌 방심위 직원들의 부끄러움”이 있다고 했다.

“지금 방심위 직원들의 공통 정서는 ‘부끄럽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라고 김 지부장은 지난 17일 한겨레에 말했다. 현재의 내부 투쟁 흐름 역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방심위 직원들은 류 위원장발 ‘언론 검열’ 논란이 퍼질 때마다 내부에서 가장 먼저 방어선을 펴왔다. 지난해 9월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짜뉴스 원스트라이크 아웃” 발언에 호응해 방심위가 가짜뉴스심의전담센터를 추진하자,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 팀장이 “법률과 규정에 근거를 두지 않은 심의”라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얼마 뒤 팀장 11명은 비판 성명을 냈다. 이는 직원 150명의 연서명까지 이어졌다. 모두 2008년 방심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서울경찰청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지난 15일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장이 항의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류 위원장 취임 뒤 전임 심의위원들을 강제 해촉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위원장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실·국장 회의를 통해 ‘홍보팀을 거치지 않고 언론 인터뷰를 하면 색출해서 징계할 것’ ‘엘리베이터·식당에서 회사 얘기 금지’ 등 지시 사항을 내려 직원들의 불만을 샀다”고 김 지부장은 설명했다. 이후 가짜뉴스심의센터 설치, ‘뉴스타파 인용 보도’ 과징금 결정, ‘청부 민원’ 의혹도 연달아 터져나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방통위와 방심위가 이번 정권 들어 비슷한 곤경에 처했는데 각 기관 직원들의 행위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며 방심위의 내부 투쟁에 대해 “그만큼 본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 조직을 더 낫게 바꾸려는 노력이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을 물러나게 한 압박이 탄핵소추안을 밀어 올린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시작됐다면, 류희림 위원장을 향한 가장 격렬한 저항은 방심위 내부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 곳곳에 붙어 있는 ‘류희림 위원장 사퇴 촉구’ 손팻말. 방심위 노조 제공

김준희 지부장은 지난해 12월7일 당선됐다. 2005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방심위 전신) 시절 입사해 2017년 지부장을 지낸 그는 동료들의 ‘부끄러움’을 대변하고자 두번째 지부장을 결심했다. 그는 “함께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류희림 체제’의 방심위를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후배들이 많았다”며 “노조와 직원들이 명분상 압도적 우위에 있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질지언정 결국 류희림 위원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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