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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블로그와 뉴스의 만남…‘시민 참여 저널리즘’ 이끌다

등록 2013-11-10 21:48수정 2013-11-11 17:39

[한겨레-허핑턴포스트 제휴]

뉴욕타임스를 이긴 ‘허핑턴포스트’
2005년 창간 이후 승승장구
아메리카온라인에 3340억 매각
한달 순방문자 6천만명 달해
오바마도 참모들에게 “읽어보라”
2011년 3월10일, 빌 켈러 미국 <뉴욕타임스> 편집인은 한 매체와 그 창업자를 비판하는 글을 신문에 썼다. 신경질이 묻어났다. “물론 수집의 여왕은 아리아나 허핑턴을 말한다. 그는 유명인의 가십, 사랑스러운 새끼 고양이 비디오, 원고료 없는 블로거 글, 다른 매체 기사들을 웹사이트에 모아놓고 거기에 좌파의 사운드트랙을 덧붙이면 수백만명이 몰려들 것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최고 권위지 편집인이 이례적으로 다른 매체를 심하게 헐뜯은 데는 곧 닥칠 무언가에 대한 초조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3개월 뒤, 온라인 시장조사 업체 컴스코어의 발표가 세계 언론계의 이목을 끌었다. 6년밖에 안 된 <허핑턴포스트>의 그해 5월 사이트 순방문자 수가 3560만명으로 뉴욕타임스(3360만명)를 앞질렀다는 소식이었다. 신출내기 인터넷신문이 뉴욕타임스의 아성을 무너뜨린 격이었다. 허핑턴포스트가 유명세를 타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짧은 기간에 주류 매체로 떠오르리라고 내다본 이는 거의 없었다. 허핑턴포스트의 모기업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사장은 “6년(허핑턴포스트)이 100년(뉴욕타임스)을 무너뜨렸다”며 흥분했다.

허핑턴포스트는 같은 해 2월에도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온라인 기업 아메리카온라인에 3억1500만달러(약 3340억원)라는 거액에 인수된 것이다.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과 동업자가 종잣돈 400만달러(약 42억원)로 만든 매체가 이런 가격에 인수된 것은 또 하나의 ‘벤처 신화’가 아닐 수 없었다. 136년 역사의 <워싱턴포스트>가 올해 8월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2억5000만달러에 팔린 것과 비교된다.

미국 언론사와 인터넷 역사의 페이지들을 장식해가는 허핑턴포스트는 2005년 5월9일 웹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200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섰다가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에게 패한 그리스 출신 여성 아리아나 허핑턴(63)은 선거자금 모집 과정에서 인터넷의 위력을 깨닫고 인터넷신문을 창간했다. 인터넷 언론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상황에서 그가 설 자리는 넓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대선이 기회로 작용했다. 정치 블로그들로 주목받기 시작한 허핑턴포스트는 사상 최초로 대선 주자들의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그해에 월간 순방문자 수가 5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자유주의 진영의 <드러지 리포트>(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한 폭로성 기사로 유명한 보수 인터넷 매체)” 정도로 불리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허핑턴포스트의 도약은 멈추지 않았다. 선거라는 이벤트로 반짝 성장한 매체라 한계가 뻔하다는 예상은 빗나갔다. 2009년 9월에는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를 월 순방문자 수에서 따돌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사설에서 “해적들이 지휘하고 노예들이 노를 젓는 갤리선”이라는 표현으로 허핑턴포스트를 공격하며 기존 주류 매체의 불편한 심경을 표현했지만 대세는 돌이킬 수 없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워싱턴포스트와 함께 읽어보라고 권했다는 일화는 이 매체의 성장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성소수자 고용 차별 금지 법안의 의회 통과를 촉구하는 블로그 글을 허핑턴포스트에 싣기도 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초기에 블로그 글에 많이 의존하고 다른 매체 기사들을 1차 자료로 활용해 “미디어가 아니라 뉴스 수집가”라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차츰 자체 인력을 통한 질 높은 기사로 이런 비난을 잠재웠다. 2012년 탐사보도로 퓰리처상까지 받았다. 지금도 끊임없이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월간 순방문자 수는 미국에서만 데스크톱과 모바일 기기를 합쳐 6000만명을 넘나든다. 페이지뷰는 6억건이 넘는다. 미국 안팎에서 글을 싣는 블로거는 5만명까지 늘었다.

미국 정계 등에서는 허핑턴포스트를 자유주의(리버럴) 또는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허핑턴포스트는 이런 분류를 거부한다. 아메리카온라인에 인수된 뒤에도 허핑턴포스트미디어그룹 회장과 편집인으로 활동하는 아리아나 허핑턴은 “기존 주류 매체는 모든 사안을 좌파나 우파의 필터로 보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가령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불필요한 전쟁이라고 확신한다”며, 구태여 치우쳐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는 6월에는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사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얼굴을 오바마의 얼굴과 합성해놓고 ‘조지 W 오바마’라고 제목을 달아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흥미와 다양한 정보로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에도 충실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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