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아테네/조현 기자
[조현의 그리스 종교기행] ⑥ 아테네: 인간은 무엇으로 위대해지는가
그리스 청년 파이돈이 숙소로 찾아왔다. 수도원공화국 아토스산 순례 때 만나서 아테네를 안내해주겠다던 말이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는 한국식 공약인 줄 알았더니 진짜 온 것이다.
그가 처음 안내한 곳은 뉴아크로폴리스뮤지엄이다. 박물관 옥상 식당에 앉으니 코앞에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모신 파르테논 신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지상 최고의 건축물의 하나로 꼽히는 저 파르테논 신전을 건축한 인물은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이끈 페리클레스(기원전 495~429)다. <영웅전> 저자 플루타르코스는 ‘그런 위인은 일찍이 태어난 적이 없다’고 썼다. 그처럼 칭송받는 위인이기에 아무런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없는 유리병 속에서 신격화만을 기대한 독재자나 사이비 교주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페리클레스는 사교계의 여왕, 다시 말하면 창녀촌의 포주 아스파시아를 사랑했다. 페리클레스는 처와 합의이혼하고 아스파시아와 살았는데, 외출할 때와 집에 돌아올 때는 반드시 입맞춤을 했다고 한다. 페리클레스가 아스파시아에게 사로잡힌 것은 성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아시파시아는 아테네에서 가장 많은 연설을 해야 하는 페리클레스의 연설문을 직접 써줄 정도로 변증법과 수사학에 탁월했다.
용기 있는 자는 페리클레스만이 아니었다. 소크라테스도 ‘창녀 아스파시아’를 스승 삼아 ‘언어의 마술’을 전수받았으니까.
우리가 문어요리와 스파게티를 먹는 사이 주위에선 뭇 연인들이 페리클레스와 아스파시아처럼 밀회를 즐긴다.
파이돈의 안내로 박물관을 돌아보고, 조망하기 좋은 신전 언덕에도 올라갔다.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에 대해 “깊이는 모른다”고 말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착각하거나 아는 체하는 것만큼 ‘밥맛없는 것’은 없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그 밥맛을 가려내는 것으로부터 출발했고, 그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 죽었다. 소크라테스에 대해 잘 모른다는 그의 솔직함이야말로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실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소크라테스 감옥까지 그와 함께 동행해야 할 이유는 없어졌다. 굿 바이!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숲으로 향한다.
창녀에게서 ‘언어의 마술’ 배우고
동성애 젊은이에 지혜 나눠준
소크라테스는 그 어떤 도그마에도
가둘 수 없는 진정한 자유 누렸다
감옥도 그의 생각을 막지 못했고
독배는 육신만을 가져갔을 뿐이다 소크라테스는 맨발로 돌아다니고, 여름에도 겨울에도 늘 같은 옷을 걸치고 다녔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를 ‘애정촌’ 출입을 엄금한 출가 승려와 같은 부류의 인간으로 본다면 오산이다. “이 사람이 부담 되네. 처음 사랑할 때부터 이 사람의 질투와 시기 없이는 다른 잘생긴 젊은이들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말 한마디 건네보기 어려웠네. 이 사람은 화가 나서 내게 욕을 퍼붓고 사납게 손찌검까지 하니 말일세. 그가 손찌검을 하려고 하면 나를 지켜주게. 그의 미친 듯한 행동과 강력한 애착에 정말 몹시 겁이 나네.” 앙탈을 부리는 연인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것을 ‘새로운 연인’에게 호소하는 인물이 누구일 것 같은가. 이건 소크라테스의 열광적인 추종자 플라톤이 <향연>에서 그린 스승 소크라테스의 모습이다. 파티장에 술 취해 뒤늦게 나타난 ‘주폭’은 바로 알키비아데스다. 그가 바로 최고 권력자 페리클레스의 양아들이다. 그는 장동건이나 원빈을 능가하는 ‘그리스 최고의 미남자’이자 고대 올림픽의 마차경주 대회에서 1~4위까지 휩쓴 스타였다. 그 청춘스타가 뭣 때문에 늙은 철학자에게 사랑을 구걸한단 말인가. 소크라테스는 예수나 석가처럼 독신남이 아니다. 그는 크산티페와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낳았고 또다른 처가 있었다는 설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선 나이든 남자가 젊은 남자와 동성애를 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이런 관계를 통해 지혜를 전수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소크라테스는 당대 청소년들의 우상이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멋있게 생겼느냐. 아니었다. 아테네 시내 아카데미에 서 있는 좌상이 말해주듯 이마는 툭 튀어나오고 코는 들창코인 천하의 추남이었다. 알키비아데스는 <향연>에서 자신이 붙잡아 함께한 첫날밤에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얼마나 ‘쪽팔리게’ 했는지 전하며, “선생님이 괴물처럼 못생겼는데도 그의 말을 들을 때면 나의 심장은 종교적 열광에 사로잡혔을 때보다 더 빨리 뛰고 얼굴엔 눈물이 흐른다”며 “그의 성격과 자제력과 용기를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공원 가운뎃길에서 왼쪽 샛길을 따라 올라가니 소크라테스 감옥이 나온다. 범인을 가두기 위해 지은 건물이 아니라 천연 동굴이다. 그 동굴에 철창을 만들어 감옥으로 쓴 것이다. 동굴 옆으로 급경사로가 보인다. 동굴 위쪽에선 숙박비가 없는 키스족이 열애중이다. 남녀가 숨어서 키스를 하기엔 그만이다. 더구나 지상 최고의 철학자라는 소크라테스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했다니. 하지만 소크라테스를 자신의 도그마에 가둬 육체적 사랑 같은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박제를 만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지만, 그를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정도로만 여기는 것은 더욱 우스운 일이다. 독배를 마시면서도 육신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소크라테스다. 동굴 감옥도 가둘 수 없었고 독약으로도 죽일 수 없었던 ‘자유혼’이 묻는다. “너 자신을 아는가. 육신이 그대의 전부인가. 그대는 육체의 노예인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전문은 휴심정(wel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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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그 어떤 도그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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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배는 육신만을 가져갔을 뿐이다 소크라테스는 맨발로 돌아다니고, 여름에도 겨울에도 늘 같은 옷을 걸치고 다녔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를 ‘애정촌’ 출입을 엄금한 출가 승려와 같은 부류의 인간으로 본다면 오산이다. “이 사람이 부담 되네. 처음 사랑할 때부터 이 사람의 질투와 시기 없이는 다른 잘생긴 젊은이들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말 한마디 건네보기 어려웠네. 이 사람은 화가 나서 내게 욕을 퍼붓고 사납게 손찌검까지 하니 말일세. 그가 손찌검을 하려고 하면 나를 지켜주게. 그의 미친 듯한 행동과 강력한 애착에 정말 몹시 겁이 나네.” 앙탈을 부리는 연인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것을 ‘새로운 연인’에게 호소하는 인물이 누구일 것 같은가. 이건 소크라테스의 열광적인 추종자 플라톤이 <향연>에서 그린 스승 소크라테스의 모습이다. 파티장에 술 취해 뒤늦게 나타난 ‘주폭’은 바로 알키비아데스다. 그가 바로 최고 권력자 페리클레스의 양아들이다. 그는 장동건이나 원빈을 능가하는 ‘그리스 최고의 미남자’이자 고대 올림픽의 마차경주 대회에서 1~4위까지 휩쓴 스타였다. 그 청춘스타가 뭣 때문에 늙은 철학자에게 사랑을 구걸한단 말인가. 소크라테스는 예수나 석가처럼 독신남이 아니다. 그는 크산티페와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낳았고 또다른 처가 있었다는 설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선 나이든 남자가 젊은 남자와 동성애를 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이런 관계를 통해 지혜를 전수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소크라테스는 당대 청소년들의 우상이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멋있게 생겼느냐. 아니었다. 아테네 시내 아카데미에 서 있는 좌상이 말해주듯 이마는 툭 튀어나오고 코는 들창코인 천하의 추남이었다. 알키비아데스는 <향연>에서 자신이 붙잡아 함께한 첫날밤에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얼마나 ‘쪽팔리게’ 했는지 전하며, “선생님이 괴물처럼 못생겼는데도 그의 말을 들을 때면 나의 심장은 종교적 열광에 사로잡혔을 때보다 더 빨리 뛰고 얼굴엔 눈물이 흐른다”며 “그의 성격과 자제력과 용기를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공원 가운뎃길에서 왼쪽 샛길을 따라 올라가니 소크라테스 감옥이 나온다. 범인을 가두기 위해 지은 건물이 아니라 천연 동굴이다. 그 동굴에 철창을 만들어 감옥으로 쓴 것이다. 동굴 옆으로 급경사로가 보인다. 동굴 위쪽에선 숙박비가 없는 키스족이 열애중이다. 남녀가 숨어서 키스를 하기엔 그만이다. 더구나 지상 최고의 철학자라는 소크라테스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했다니. 하지만 소크라테스를 자신의 도그마에 가둬 육체적 사랑 같은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박제를 만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지만, 그를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정도로만 여기는 것은 더욱 우스운 일이다. 독배를 마시면서도 육신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소크라테스다. 동굴 감옥도 가둘 수 없었고 독약으로도 죽일 수 없었던 ‘자유혼’이 묻는다. “너 자신을 아는가. 육신이 그대의 전부인가. 그대는 육체의 노예인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전문은 휴심정(wel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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