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ㆍ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시민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는 빚 독촉에 시달리고 소득이 전혀 없었지만, 숨지기 직전까지 건강보험료 납부 독촉을 받았다. 건보료가 1년 반 동안 체납돼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체계에 포착됐지만, 정작 우선순위에선 밀려 끝내 보호받지 못했다.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세 모녀의 소득은 0원이었다. 공단은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때 국세청 소득자료를 활용하는데 세 모녀 모두 소득을 신고한 이력이 없었다. 대신 세 모녀 지인들은 어머니의 남편(두 딸의 아버지)이 사업 실패로 빚을 남기고 떠나면서 빚 독촉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22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모녀가 거주하던 월셋방 입구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이정하 기자
그럼에도 세 모녀에겐 매달 1만8610~2만1600원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됐다. 지난해 2월분부터 올해 7월분까지 18개월간 연체된 보험료는 33만9830원(연체금 1만4490원 별도)이다. 소득이 없는데도 지역가입자 최저 보험료 월 1만4650원(연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에 일괄 부과)보다 더 부과된 건 ‘집’ 때문이었다. 건강보험은 공적 사회보험이라 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다르게 부과되는데,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 재산과 자동차 등에 보험료가 부과된다. 건보공단은 세 모녀의 주민등록상 거주지인 경기도 화성 집을 근거로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평균을 반영해 보험료를 매겼다. 이들 처럼 월 5만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생계형 체납자’는 올해 6월 기준 67만3000가구로, 가구당 평균 체납액은 132만원 가량이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되더라도 의료기관에서는 실시간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의료기관 이용 제한 조처는 이뤄지지 않지만,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생계형 체납자의 상당수는 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의료기관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 장기간 체납은 위기가구의 징후였지만, 세 모녀는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단전·단수·건보료체납 등 34종의 위기정보를 수집·분석해 복지 사각지대 가구를 예측하고 고위험군(상위 2~3%)를 선별해 지자체에 통보하지만, 수원 세 모녀는 고위험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시스템을 통해 포착되는 위기가구는 많지만 인력은 부족해 수원 세모녀에까지 손길이 닿지 않은 탓이다. 화성시는 건보료 체납 사실을 7번 통보 받은 뒤에야 세 모녀의 집으로 방문 조사에 나섰고, 모녀가 거주하지 않아 사회복지 비대상자가 됐다. 비대상자가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년간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복지부는 “건보료 체납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수원 세 모녀에게 빨리 찾아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시스템으로 포착된 위기가구는 540만 정도인데 우선지원 대상을 더 살피고 포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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