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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교가 ‘선택’ 아닌 ‘전부’인 아이들 위해…전면등교가 답이다

등록 2021-09-06 04:59수정 2021-09-06 08:00

취약계층 아이들, 체험 기회 잃어
중산층선 ‘등교 선택권’ 요구
강남선 입시준비용 자퇴까지
지난 3월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섬이 된 취약계층 학생들

“자, 여러분 우리나라는 어떤 모양을 닮았죠? 삼면이 바다고 산지가 많죠?”

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 ㄱ씨는 올해 1학기 사회 과목을 가르치다가 학생들의 반응에 말문이 막혔다. 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지난 1년6개월 동안 대한민국 지도 위 어느 곳도 가본 적이 없다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초등학교는 광주에서도 지어진 지 오래된 집이 밀집돼 있고 유독 세입자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전교생의 34%가량은 다문화·특수 학생이거나 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중위소득 50% 이하인 차상위 계층에 속해 있다. ㄱ씨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적은 비용으로 갈 수 있었던 학교 차원의 체험학습들이 코로나로 중단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체험학습뿐만이 아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청소년문화의집 등 공공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취약계층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도 고립됐다. 서울 구로구에서 취약계층 학생들의 원격수업·방과후활동 등을 지원하는 도담도담마을학교 강사로 일하는 박아무개씨는 “코로나로 기존 일자리를 잃고 ‘투잡’을 뛰는 탓에 자녀를 집에 장시간 방치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이 있는데, 아이들은 원격수업을 듣는다는 명목으로 태블릿 피시를 받아서는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등 통제가 안 된다”며 “하다못해 공공체육시설까지 문을 닫아 신체활동의 기회도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빈곤 아동, 우울감지수 높고 학업성취도 큰폭 하락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학습 결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2학기부터 등교가 일부 확대되지만, 학교 밖에선 별다른 활동을 할 수 없는 취약계층 학생들을 중심으로 문화와 정서적 결손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과 사교육의 도움으로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양극화도 점점 심화되면서 하루빨리 완전한 전면 등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지난해 11~12월 만 0~18살 아동 7만50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4월 공개한 ‘코로나19 대응 아동실태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아동의 우울감 지수는 2.75로 이전인 2018년(2.38)보다 높았다. 특히 중위소득 50% 이하 빈곤가구 아동의 코로나19 이후 우울감 지수는 4.08로 비빈곤 가구 아동(2.59)의 1.6배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전후로 주관적 학업성취도도 2018년 7.35에서 2020년 5.92로 떨어졌는데, 빈곤가구 아동은 4.8로 비빈곤 가구 아동(6.05)의 80%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 학기 동안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해왔던 교육부는 학교 집중방역주간이 끝난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지역에선 전면 등교를 하지만, 4단계 지역에선 여전히 일부만 등교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 1~2학년은 매일 등교하지만 3~6학년은 2분의 1 이내, 중학교는 3분의 2 이내에서 등교를 할 수 있다. 고등학교는 전면 등교가 가능하다.

중산층에선 ‘각자도생’ 교육열

문제는 지난 세 학기 동안 이미 학교보다 가정 배경의 힘이 교육에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지원연구본부장은 “중산층도 지난해 코로나 초기에는 활동이 많이 움츠러들었지만 코로나 국면이 길어지자 어떻게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녀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시키고 있다”며 “반면 중산층 이하는 학교가 아니면 체험할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가정 자원의 격차가 아이들 역량의 격차로 전이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짚었다.

중산층의 이런 적극적인 교육 행태는 일부 학부모들의 ‘등교 선택권’ 요구로 이어진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에만 등교 선택권을 요구하는 청원이 2건 올라왔고, 올해로 넓혀보면 모두 6건 올라와 있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도 비슷한 청원이 이어졌다. 4차 유행 상황이 길어지면서 감염에 대한 불안함에 올라온 청원도 있지만, 가정에서 사교육 등으로 충분히 공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등교 선택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학부모들은 자녀가 자기주도학습능력이 강하거나 학원·개인과외 등을 동원할 수 있는 분들”이라며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저소득층, 저학력 학생들을 어떻게 도와줄지 공공의 관점에서 등교를 바라봐야 하는데 등교 선택권처럼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풀기 시작하면 더 큰 사회적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학원·과외로 공교육 대체

심지어 서울 강남 등지에선 코로나 이후 자퇴의 성격이 ‘입시 준비용’으로 확연히 기울고 ‘학원이 메인, 학교는 옵션’이라는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ㄴ씨는 지난해 1학기 말 반에서 자퇴하겠다는 학생이 나오자 학부모를 붙잡고 설득에 나섰다. “그래도 학교에 다니면서 수업 외에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냐”는 ㄴ씨의 말에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학교 밖에서도 다 할 수 있는데 선생님만 모르시는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ㄴ씨는 “코로나로 등교 일수가 줄어 학교 부적응 등을 이유로 자퇴하는 학생은 줄었는데 정시 확대 이후 수능만 파겠다는 학생들이 학원에서 입시 준비를 하기 위해 꾸준히 자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고3을 제외하면 전면 등교도 할 수 없고 교내 비교과 활동도 어려워지자 코로나 이전에도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내신·논술·수능 대비를 모두 맡기던 강남 학부모들이 이럴 바엔 굳이 학교를 보낼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등교선택권은 불평등 키울 우려

교육부는 등교 선택권에 선을 그은 상태다. 대신 출석으로 인정받는 가정학습 일수를 기존 40일 안팎에서 57일 안팎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길을 열어줬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정학습은 사전에 계획서를 내고 실적을 제출하는 등 교사가 학생의 학습 상황, 안전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등교 선택권을 부여하면 학교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된다”며 “학생이 학교는 안 오면서 학원은 간다고 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는데 이 때문에 교육 불평등을 야기할 소지가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등교 확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로에 선 케이(K)방역, 사회공공정책의 전환을 말한다’ 좌담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경제학·공공정책학)는 “방역의 실효가 없는 등교 제한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연구를 보면 잘 준비된 온라인 수업도 등교 제한으로 인한 학업 피해의 겨우 25% 정도만을 복구했다. 학생들의 무너진 정서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등교 제한의 피해는 저소득층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벨기에의 연구 결과는 학력 손실이 어머니의 학력이 낮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서 크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잘 준비된 온라인 수업도 학업 피해 25%만 복구”

교육 현장의 목소리도 전문가들과 같다. 서울 성북구의 다솔지역아동센터 김은영 센터장은 “집에서 방치되다시피 하는 학생들 가운데 일주일에 하루이틀씩 상습적으로 원격수업을 안 듣는 학생도 있다”며 “이런 학생들은 매일 학교에 가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에서부터 배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적 결손과 학습 결손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데,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은 무기력하고 배움에 대한 욕구가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부모가 응원하고 성취를 쌓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못 하니까요. 이걸 학교에서 만들려면 방과후 케어도 필요하고, 교사에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등교를 되도록 많이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에요.” 광주의 교사 ㄱ씨가 한 말이다.

김지은 이유진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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