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기자들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 5살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등 학제개편안을 둘러싼 논란 속에 취임 34일 만인 8일 사퇴했다. 사실상 경질이다. 교원단체들은 부적격 인사라는 교육계 안팎의 지적을 무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강행과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등 정부의 ‘밀어붙이기’ 정책 추진이 불러온 예견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저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려고 한다”며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사퇴문을 읽은 뒤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을 연 지 2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박 부총리 사퇴 소식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서울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들은 유감을 표명했다. 전교조는 성명을 내어 “교육부 장관 사퇴는 사필귀정”이라며 “교육을 모르는 교육부 장관이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만취운전 이력, 논문표절 의혹, 조교 갑질 논란, 자녀 생활기록부 컨설팅 의혹까지 교육부 장관을 해선 안 될 이유가 넘쳤지만 윤 대통령은 교육계 의견과 국민 여론을 공격으로 치부하며 임명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 5살 초등 취학 정책 발표가 사단이 돼 여론 악화를 촉발했다”며 “윤 대통령이 인사와 교육 정책 실패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만 5살 초등 취학 정책 철회를 공식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입장문에서 “임명 전부터 여러 의혹과 논란이 제기했던 박 부총리가 결국 사퇴하고 교육 수장이 다시 공석이 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교육 현실을 무시하고 현장과 소통‧공감 없는 정책, 교원을 소외시키고 개혁 대상으로 여기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만 5살 초등 입학, 외고 폐지 등 현장이 공감하지 않는 정책은 공론화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게 아니라 즉시 철회해야 한다”며 “국가의 교육 책무를 강화하려면 취학연령을 낮출 게 아니라 유보통합과 유아 공교육화를 강화하는 쪽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성명을 내어 “논란 속에서도 임명을 강행한 윤 대통령이 불러온 인사 참사”라며 “초등 취학연령 5살 하향이라는 탁상행정, 고집불통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라고 평했다. 이어 “이번 초등 취학연령 하향 정책의 실패가 교육 비전문가에 의한 교육 정책 결정 시행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반면교사로 삼아 차기 교육부 장관은 교육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가 임명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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