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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이들(초등2년 6명)하고 시를 낭송했습니다. 시 공부도 마음을 모아서 하면 재밌는데 환필이는 그러지 못합니다. 옆에서 빨리 동화 하라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나를 쳐다봅니다. 조금 있다 할 거라고 기다려 달라 해도 지금 해야 된다고 큰 소리칩니다. 서둘러서 복사해간 ‘황소 아저씨’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덩치가 커다란 황소 아저씨와 엄마 없는 아기 생쥐 다섯 마리가 겪어내는 이야기입니다. 황소 아저씨는 아기 생쥐들의 처지를 알고 자기 엉덩이랑 등때기도 아기 생쥐가 다니는 길로 내줍니다. 어서 가서 배고픈 동생들에게 나눠 먹이라고, 구유 속에는 콩 조각이랑 밥찌꺼기랑 맛난 것도 많이 남겨줍니다. 그 추운 겨울을 어찌 보내느냐며 황소 아저씨는 자기 겨드랑이를 내어주고, 포근하고 따뜻한 잠자리도 마련해줍니다. 아기 생쥐들은 엄마, 아빠가 없어도 쓸쓸했던 마음을 이겨내고 잘 자랍니다. 또 이 추운 겨울이 가면 따뜻한 봄이 온다는 이야기도 황소 아저씨가 들려줍니다. 아기 생쥐들은 산과 들에 아름다운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봄을 머릿속에 가득 그려 보면서 행복해합니다. 그리고 그 행복한 봄을 황소 아저씨와 같이 기다리면서 맞이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기 생쥐들은 황소 아저씨가 무척 쓸쓸해 보입니다. 부모형제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혼자 있는 황소 아저씨가 왠지 불쌍해집니다. 자기들을 품어주고 먹여주고 보살펴주면서, 황소 아저씨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기생쥐들은 황소 아저씨의 가슴에 맥박 뛰는 소리까지도 그냥 허툴게 듣지 않습니다. 많은 걸 서로 주고받으면서 느낄 수 있었겠지요. 지금 이 동화를 읽고 있는 우리들처럼 말입니다. 읽고 나면 아이들은 끝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거겠지요.
“황소 아저씨가 먼저 자기 것을 내어 주니까 동무가 됐지.” 한나가 옆에 있는 동무에게 그럽니다. “황소 아저씨만 내 준게 아니지. 아기 생쥐들도 아저씨 이야기 다 들어 주고 마음 알아 줬으니까 가족도 돼 준거고 그러지.” 하고 가을이가 입을 쭉 내밀면서 맞장구를 쳐줍니다. 재영이는 커다란 황소랑 쬐끄만 아기 생쥐는 절대로 동무가 될 줄 몰랐는데 마음을 아니까 친한 동무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라는 황소 아저씨는 자기가 외롭고 쓸쓸하고 그래봐서 아기 생쥐들 맘도 아는 거고 그래서 엄마가 되 준 거라고 합니다. 나라는 감성이 풍부해서 눈물이 많은 아이입니다. 저번 주에는 집에서 키웠던 강아지 이야기를 공책에다가 써 놓고 동무들에게 읽어주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알면 우리들은 그 끈을 놓지 않고 아이들에게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진짜 모습을 시로 동화로 읽히고 들려주면서, 나도 우리 아이들도 이해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아가면서 자기를 다듬고 만들어가겠지요. 그 과정 속에 오늘 우리가 서 있습니다.
<짱구네 고추밭 소동> 권정생 글. 웅진닷컴.
이숙양/공부방 활동가 animato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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