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3일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 형광색 커버가 씌워진 가방을 멘 학생이 하교하고 있다. 12월 2일 이곳에서는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언북초 3학년 이동원군이 보행로가 확보되지 않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스쿨존 안 보행로 확보 방안을 논의하는 ‘어린이 교통안전 관계기관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22일 대전 도마초등학교에서 열린 제1차 현장방문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한 ‘어린이 보호구역 등 초등학교 주변 안전한 통학로 조성 계획’이 발표됐다. 스쿨존 보행로 확보는 통학 안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2018년부터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학교 부지 일부를 떼어 스쿨존 보행로 조성 사업을 시행했지만, 그 방식을 두고 ‘교육청이 학교 부지를 무상 제공해야 한다’는 지자체와 ‘지자체가 학교 부지를 적법하게 사야 한다’는 교육청 간 입장차가 커 난항을 빚었다. 양방통행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변경해 보행로를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주민 반대가 크다. 실제 언북초의 경우 2019년 관할 구청·경찰서에 이를 요청했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초등학교 6293곳 가운데 학교 인접도로에 보도가 아예 없는 학교는 523곳으로 전체 8.3%에 이른다. 특히 서울처럼 땅값이 비싸고 여유 부지가 적은 지역에서 갈등이 심하다.
‘어린이 교통안전 관계기관 협의체’에는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경찰청 등이 참여하고, 지자체와 시·도교육청, 시·도경찰청(서), 교통안전 전문기관도 함께 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보행로 설치 수요조사와 사업 지원을 총괄하고 경찰청은 시·도경찰청 일방통행 지정 등을 위한 검토 기준을 마련한다. 교육부는 학교 부지를 활용한 보행로 설치를 홍보·독려하고, 지자체에서는 주민 설득을 위한 주민설명회 등을 추진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수요조사 결과 11개 시·도 초등학교 45곳에서 학교 부지를 활용한 보행로 설치 의사를 밝혔다”며 “특히 부지를 무상 임대하겠다고 한 31곳에서 공사가 우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관별로 진행되던 통학로 안전진단도 올해부터 정부 합동점검으로 1년에 두 차례(3월께, 8월께)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협의체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관계기관 간 이견을 조율하고 사업을 총괄하기 위한 협조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정작 보행로 설치방식을 둘러싼 지자체와 교육청의 이견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 말을 종합해보면, 아직 협의체를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구체적인 내용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새 학기 안전한 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교육부는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2012년 38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9년간 약 12배가 증가함에 따라 학교 마약 예방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초·중·고 보건교육에서 마약예방교육 시간을 늘리도록 강조하고, 교육청별로 학교 교육실적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 최신 마약 종류 등을 포함한 교원 연수과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상시 운영하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법무부와 협력해 전문강사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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