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맨발 푹푹 갯벌 친구야 조심해~

등록 2006-03-12 15:08수정 2006-03-14 18:12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새만금 갯벌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5년 전부터 새만금 갯벌에 찾아와 생물·어업·문화를 공동연구한 일본 학자들과 우리 나라 시민조사단이 일본의 시민들 앞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죠. ‘시민과학'이라는 취지를 바탕에 깔고 진행된 세미나였지만 나는 저녁 술자리에서 갯벌책을 이야기하는 것에 더 눈을 반짝였어요.

4년 전에 한국에 온 학자들에게 <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 <뻘 속에 숨었어요> <갯벌에서 만나요>(이상 도토리 기획, 이원우 그림, 보리)를 선물한 적이 있어요. 이번에는 그 사이에 새로 나온 <세밀화로 그린 도토리 갯살림 도감>을 선물했지요. 저서생물학자인 야마시타 히로요시씨는 조개와 고둥의 한국 이름도 익힐 겸 <갯살림 도감>을 자꾸 펼쳐보곤 했는데 “이 책들의 그림을 모두 한 사람이 그린 것이냐”고 내게 묻더군요. 한 사람이 이렇게 갯벌에 집중해서 여러 책을 만든 것에 놀라와 했습니다. 일본 사람의 눈을 통해 바라보니 책에 대한 느낌이 또 달라지더군요. 보리출판사는 당연히 자연그림책을 내왔고, 이원우씨는 당연히 갯벌을 그리는 화가라 생각했는데 새삼 특별하고 대단하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실제로 일본에는 해양생물 전반에 대한 책은 있지만 갯벌을 이처럼 집중해서 그린 그림책들은 드물거든요. 저는 아주 간단하게 “변산에서 살면서 그린 거예요”하고 대답했지요. 마치 우리 나라에서 그쯤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요. 하지만 속으로 무척 자랑스러웠어요.

이원우씨가 그린 갯벌책은 내가 어린이집에서 열심히 읽어준 책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해요. 아이들이 어려서 도감보다는 <뻘 속에 숨었어요>나 <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를 더 많이 읽어주었지요. 아이들과 갯벌에 가서 뻘 흙도 밟아보고 밤게와 큰구슬우렁이를 보고 온 터라 아이들이 좋아했어요. 아이들은 “이거 나 봤어요!” “와! 밤게다” 하고 아는 것이 나오면 반가워했지요.

도쿄는 바닷가를 가진 도시지만 90%가 매립되고 그 위에 항만시설이나 초고층 빌딩이 서있는 상황이었어요. 자연해안선이 모두 사라진 가운데 도시속에 남은 갯벌을 그나마 지키겠다고 일본습지네트워크 회원들이 애를 쓰고 있더군요. 돌아오자마자 나는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활동을 위해 갯벌로 갔어요. 봄이 오고 갯벌이 깨어나고 있더군요. 갯벌의 모든 것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았지요. 짝짓기를 앞둔 검은머리갈매기의 머리가 검어지고, 굴을 깊이 파고 들어가 겨울을 난 게들이 뻘 위에 나와 분주하게 먹이 활동을 해요. 실뱀장어잡이가 시작되고 쇠기러기들은 북쪽으로 날아갈 것에 대비해 몸을 살찌우려 보리밭에 날아들어 농부와 실갱이를 벌입니다. 이 모든 풍경이 새만금이 살아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갯벌책도 갯벌을 둘러싼 연구도, 어민들의 삶도, 아이들의 자연체험이나 자연그림책을 읽어주는 일도 모두 갯벌이 있어 누렸던 행복이었죠. 새만금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사람들에 맞서 갯벌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싸움이 격렬해질 거예요. 갯벌에서 그곳에 깃들어 사는 온갓 아름다운 생명에 행복해 하고, 아이들과 함께 갯벌책을 보며 즐거웠던 나도 이제 그곳으로 달려갈 생각이랍니다.

이성실/자연그림책 작가 6315free@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