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저출산(저출생) 대책 발표 이후, 교육계에서는 저출생을 야기하는 ‘입시 경쟁’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을 해소할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목고) 존치와 같은 정부의 정책 기조는 저출생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28일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저출생 대책의 5대 핵심분야 중 하나로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을 꼽았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전국 확대를 시행하고 올해 상반기 중 ‘빈틈 없는 돌봄과 수준 높은 방과후 프로그램 제공’ 등을 포함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입시 사교육’ 보다는 ‘돌봄 사교육’에 무게를 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돌봄 사교육’ 부담을 경감한다고 해도, 윤 정부 교육 정책이 ‘입시 사교육’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길 위험이 있는 자사고·특목고 존치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서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중학생은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61만4천원을 쓴 데 반해 일반고 진학 희망 학생은 1인당 36만1천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돼 학교가 학생 선발, 교과과정 편성 등에 대한 재량권을 갖도록 하는 ‘교육자유특구’ 도입 정책도 또 다른 고교 서열화와 입시경쟁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 26조원을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 11조9천만원, 중학교 7조1천만원, 고등학교 7조원으로 ‘입시 사교육’에 가까운 중·고교 단계 사교육비가 14조원에 달한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교육비 부담이고, 초등 단계에서는 주로 돌봄을 위해 사교육비를 지출한다면 중·고등학교 단계에서는 고교 입시나 대입에 들어가는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며 “하지만 입시 사교육 부담을 완화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사고 존치처럼 사교육을 유발한 위험이 있는 교육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초등 단계에서 돌봄을 위해 들어가는 사교육비에 비해 입시 전반을 관통하면서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사교육비가 훨씬 많다”며 “입시를 정점으로 하는 경쟁 교육을 완화할 방안 없이는 제대로 된 저출산 극복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