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선유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전날 치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논란으로 수능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한 가운데 4년제 대학 총장의 절반 이상은 대학에서 공부할 정도의 능력을 판별한다는 수능의 원래 취지를 살려 ‘수능 자격고사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소속 4년대 총장 86명을 설문조사해 9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1.81%가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교육부가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수능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24.1%로 뒤를 이었고, ‘서·논술형 도입’은 15.66%,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8.43%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9일 대교협 여름세미나에 참석한 4년제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자격고사는 일정 점수만 넘기면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주는 시험으로, 2028학년도 대입 관련 논의 과정에서 수능 개편안의 하나로 거론됐다. 2028학년도 대입은 고교생들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제도인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된 뒤 이뤄지는 대입인데, 고교학점제와 수능 자격고사화는 짝을 이루는 제도로 논의돼 왔다. 수능의 변별력이 큰 상태라면 고교학점제를 시행해도 학교 현장에서는 수능 대비를 위해 입시 중심 과목으로 학생들이 쏠리는 등 새로운 제도의 취지가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가 올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데 대해서는 응답자의 45.8%가 ‘변별력 저하는 있지만 대입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변별력 저하도, 대입 혼란도 없을 것’이란 응답은 32.5%, ‘변별력 저하로 인한 대입 혼란이 우려된다’고 답변은 21.7%였다.
정부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규제로는 ‘등록금 규제’를 꼽은 총장이 가장 많았다. 절반 이상인 50.6%가 등록금 규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봤고, 대학 재정지원(40.96%)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두번째로 높았다. 또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41.67%가 ‘2024학년도에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2025학년도 이후에 인상할 계획’이라는 답변은 28.57%,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는 답변은 22.62%였다. 현재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장학금 Ⅱ 유형 지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로 등록금 인상 상한선이 높아지자 국가장학금 Ⅱ 유형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올해 전체 193개 4년제 대학 중 17곳이 등록금을 올렸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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