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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왜’라는 질문을 ‘어떻게’로 바꾸면

등록 2007-09-30 14:27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 오랜만에 보는 조카에게 우리는 “너 오래간만이다. 공부는 잘 하니?”라는 인사 겸 질문을 건넨다. 영어로 치면 “How are you?” 정도다. 그러나 어떤 아이는 이 질문에 기분이 별로 상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는 잘 모른다. 내 친구가 겪은 일이다. 옆집 중학생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이구나. 요즘 공부는 잘 하니?”하고 인사를 건넸는데 이 아이의 대답이 이랬다. “그런데, 아저씨가 그건 왜 물으세요?”. 아마 우리들의 조카도 이런 심정 아닐까.

질문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도 하지만, 반대로 닫게도 한다. 어떤 질문은 성찰하게 만들지만, 어떤 질문은 주의를 밖으로 돌리게 만든다. 또 어떤 질문은 상대방을 미래로 이끌지만 어떤 질문은 과거로 돌아가서 헤매게 만든다.

우리는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모르는 사이에 “왜?” “왜 그랬어?” 등의 질문을 많이 한다. 이런 질문은 의도와는 다르게 아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과거로 돌아가서 변명을 찾게 만든다. 반대로 ‘어떻게?’라는 질문은 미래로 이끌어서 방법을 찾게 한다. 우리 아이가 변명을 자주 한다면, 그것은 내가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아이가 어떤 일에 실수나 실패를 했다고 치자. 집에 돌아오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왜’라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아이는 돌아오면서 ‘집에 가서 뭐라고 변명하지?’라는 생각에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라는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일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질문에 따라 사고방식이 달라진다.

어떤 부모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왜?’라고 물어서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아니냐.” 맞다. 실패나 실수의 이유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꼭 ‘왜?’라는 질문으로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물으면 뜻밖에 실수의 이유를 진솔하게 찾게 된다. 반대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적당하게 변명을 찾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 변명이 맘에 안 들어 다시 한번 물어보면 아이는 심문을 받는 느낌을 갖고 방어적으로 변한다. 더 이상 효과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우리는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나은 미래를 열어가기를 바란다. 어떤 경험을 했을 때 아이에게 ‘어떤 점이 잘 되었니?’ ‘어떤 점이 아쉬웠어?’ ‘이 경험으로 배운 게 뭐니?’ ‘다시 한다면 뭘 다르게 해보겠니?’라는 질문을 해보자. 이런 질문을 늘 받는 아이는 늘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되돌아 볼 것이다. 질문의 질이 사고의 질을 결정하고, 사고의 질은 삶의 질을 결정한다.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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