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울림 주는 충고 잔소리와 달라

등록 2007-09-09 12:55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몇 년 전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으려 해 얘기를 하게 됐다. 충분히 얘기를 듣고 심정도 알아주고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런 다음 마무리로 “나는 네가 어떤 상황에서도 네가 한 행동에 대해 기꺼이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란 말로 끝내려 했다. 그 때 옆에 있던 아내가 거들었다. “봐라. 내가 늘 얘기하던 것을 아빠도 똑같이 얘기하시잖아” 하면서 ‘사람은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변명을 하면 궁색해지고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말을 2~3분간 길게 덧붙였다. 아이는 점점 곤혹스러워하더니 급기야는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계속되면 뭔가 한 마디가 나올 것 같았는데 다행히 아내의 충고는 거기까지였다.

부모는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면서 아이와 대화한다. 그래서 필요한 충고도 하게 된다. 그러나 충고가 아이에게 전달되려면 신경써야 할 게 있다. 먼저 지금 하려는 충고를 대부분의 아이가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교육학자 고든(R.A. Gordon)은 1960년대 비행 청소년과 일반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비교했다. 13개 항목에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돈을 저축한다’, ‘열심히 공부한다’, ‘약물복용으로 환각의 세계를 체험한다’, ‘대단한 싸움꾼으로 인정 받는다’, ‘좋은 책을 읽는다’ 등이었다. 비행청소년의 가치관과 일반 청소년의 가치관은 달랐을까? 그렇지 않았다. 비행 청소년이나 일반 청소년이나 똑같이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을 중요성에서 1순위로, 그리고 약물복용을 마지막 순위로 매겼다. 비행 청소년 역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지금은 공부보다는 환각체험을 더 하고 싶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똑같은 내용의 말한다면 아이의 가슴 속에 울릴 리가 없다. 좋은 의도로 열심히 말하지만 잔소리로 끝나게 된다. 꼭 필요한 경우에 믿음과 기대를 실어 짧게 충고하는 게 효과적이다.

또 하나 신경써야 할 것은 중립적 언어을 쓰라는 것이다. 비난하거나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말 말이다. 우리의 충고가 아이의 가슴 속에 온전히 전달되려면 가슴의 문을 잘 열고 쏙 넣어줘야 한다. 아이에게 충고하는 대부분의 상황은 아이가 뭔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했을 때이므로 비난하거나 평가하거나 판단하기 쉽다. 이것은 바로 아이의 가슴의 문을 닫게 만든다. 그런 다음에는 아무리 좋은 충고를 해도 가슴에 전달되지 않는다.

좋은 충고인지 잔소리인지 구분하는 건 쉽다. 아이의 가슴 속에 울림을 가져왔다면 좋은 충고다. 반대로 내 가슴은 울리는데 아이의 가슴 속에 울림이 없다면 잔소리다.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내가 하면 충고, 남이 하면 잔소리’라는 또 하나의 착각에서 벗어날 때 좋은 관계, 행복한 관계가 맺어진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