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아이들과 얘기하다보면 “무슨 말인지 알았어”라거나 “네 맘 다 이해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럴까. 만약 아이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지 않은데 부모가 이런 말을 한다면 아이는 그 뒤에 이어지는 부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의 말을 다 듣지 않아도 언제나 아이들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마음이 어떤지는 잘 들어봐야 안다. 듣는다는 뜻의 한자, 청(聽)은 귀(耳), 눈(目←四), 마음(心)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제대로 들으려면 귀와 눈과 마음을 총동원해야 한다. 2년 전쯤 워크숍에 참석한 어떤 엄마의 이야기는 지금도 생각하면 내 가슴을 뜨겁게 한다. 교육 후 그 엄마는 아이들의 말을 제대로 듣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실천해 보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6살의 아이가 얘기할 때 자세를 낮추고 눈을 맞추며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1주일쯤 하니까 아이가 “요즘 엄마의 얼굴이 예뻐졌어요”라고 말해주더라는 것이다. 직장 다니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그 이후로 아이와 친해지고 행복해졌다고 좋아했다.
이렇게 귀로 듣고 눈으로 들을 수 있을 때 마음을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잘 통하기 위해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입으로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경청하는 방법인데 아이가 말한 것을 반복하거나 정리 요약해주는 것과 아이의 감정을 헤아려 주는 것이다.
“네 말이 무슨 말인지 다 알았어”라는 말 대신에 아이가 한 말을 반복해주거나 요약 정리해준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와 싸워서 불편할 때에 아이를 내 시각에서 나무라거나 훈계하기 전에 “네가 가만히 있는데 영철이가 먼저 너를 때렸단 말이구나”라고 아이가 한 말을 정리해 말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얘기를 충분히 하게 된다. 또 “네 맘 다 이해해”라는 말 대신에 “네가 그렇다면 정말 억울했겠구나”라는 말로 아이의 심정을 내 입을 통해 헤아려 주면 아이는 감정의 불안정 상태로부터 점차 안정을 되찾게 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이성적으로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된다.
경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상담에서는 사실 문제의 60~70%가 제대로 듣기만해도 풀린다고 한다. 경청하면 상대를 잘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가 온전히 말할 기회를 갖게 된다. 입으로 듣는 경청을 통해 아이에게 충분히 말할 기회를 주면 아이는 그제서야 ‘이제 내 말은 다 했어요. 엄마도 이제 할 말 있으면 말해 보세요’라는 심정이 된다. 이 때 엄마의 충고나 합리적인 대안도 객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다.
아이와 말이 통하지 않는 조짐이 보인다면 이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신뢰를 순식간에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자 첫 단계가 바로 경청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khnam@eklc.co.kr
아이와 말이 통하지 않는 조짐이 보인다면 이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신뢰를 순식간에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자 첫 단계가 바로 경청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khnam@eklc.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