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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과서 정독 · 노트정리’ 자연계논술 대비 기본

등록 2007-09-30 14:45

김은주 교사의 과학비타민
김은주 교사의 과학비타민
김은주교사의과학비타민 /

[난이도 = 고등]

수시 2학기 전형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논술과 구술 준비에 힘겨워하고 있는 시기이다. 최근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물어오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최다질문 1 : 자연계 논술 준비는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필자에게 생물을 배우는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수행평가 과제 중에 오픈북(open-book) 요약시험이 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교과서를 펼쳐놓고 요약하는 것쯤은 쉬울 것이라 생각하고 환호성을 지르다가, 문제를 보고는 거의 속았다는 표정들이 된다. 예를 들면 <생물Ⅱ> 수업시간에 광합성의 과정을 배우기 전에 B4 용지 한 장을 주고 교과서에 있는 광합성 단원 전체를 요약해 써내라고 한다. 배우지도 않았고 복잡한 회로와 용어들로 가득한, 사실 좀 어려운 내용이다.


또 필자는 수업시간에 내용요약 프린트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는 설명과 이해 위주로 진행하고, 필기는 학생들 스스로 해오도록 하고 다음날 검사를 한다. 즉, 학생들이 그날 배운 것을 스스로 복습하고 노트정리를 하는 것이다. 수행평가 과제로 광합성에 대한 내용을 조사하거나 책을 읽게 해서 보고서로 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많은 학생들이 인터넷 지식검색을 통해 내용은 잘 몰라도 멋지게 내용을 편집하여 화려하게 프린트해서 낸다.

현대는 ‘know-how’가 아니라 ‘know-where 시대’라 한다. 지식 자체보다도 어느 곳에 어느 정보가 있는지 아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의미이다. 이 추세에 걸맞게 현재 10대의 대부분은 know-where족(族)이다. 인터넷이 주는 광범위한 지식들과 빠른 속도감에 10대들은 차분히 글을 읽고, 깊이 생각하거나 내용을 파악해 요약하는 데 서툴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시험이란, 단원의 내용을 다 배운 후 문제를 푸는 것이고, 더구나 대부분의 문제집이나 수능시험의 형태인 5지선다형에 익숙하다. 따라서 학생들은 손으로 쓰는 것을 처음에는 매우 곤혹스러워 한다. 그런데 정보화시대에 역행(?)하는 이런 아날로그적 공부방식이 실은 정보를 차근차근 정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더구나 학교 공부가 논술의 쓰기 연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자연계열 학생들은 인문계열 학생들보다 읽기 텍스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글쓰기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기에, 배우는 교과목을 손으로 공책에 직접 정리하는 것은 수능과 내신, 논술을 다 잡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실제로 논술에서 출제되는 내용들도 교과서 수준의 개념을 크게 넘지 않는다.

기성세대에게 책은 유일하게 지식을 접하는 매체였기에 독서를 통해 사고하는 데 익숙하지만, 지금의 10대들은 책을 읽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 예전엔 책을 구하기가 힘들었지만, 지금 학생들은 독서논술 같은 것이 퍼져 있는 터라 책을 읽는 것도 과외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책은 요약본으로 읽고 문제집을 풀면서 참고서에 기록된 주제들을 외워나가고, 모르는 내용은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하는 것이 수능이나 논술을 준비하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지식을 검색하는 것의 문제는 비판의식과 창의력이 빠진 지식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쉽게 알게 된 것은 잊기도 쉬운 법이다.

자연계 학생들이 논술을 준비하는 첫걸음은 교과서를 정독하고 직접 자기 손으로 정리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친구들과 교과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자. 그냥 외우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연속극처럼 말이다. 교과서의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는 친구들과 그 내용을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이 최고다. 거창하게 토론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수시2학기에 지원한 학생들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시험장에서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수시2학기에 지원한 학생들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시험장에서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최다질문 2 : 자연계열 논술은 어떤 유형으로 출제되나요

자연계열 논술은 어떻게 출제되는가. 일반적으로 자연계열 논술 중 학생들이 두려워하는 유형은 본고사같은 어려운 문제풀이형인데, 교육부가 제시한 논술 출제 가이드라인에는 특정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거나, 수학·과학과 관련된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묻지 못하게 돼 있다.

그렇다면 자연 계열 논술에서 제시될 만한 내용은 어찌보면 뻔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과학은 자연을 객관적으로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쟁점에 관한 개인의 견해를 물을 만한 소재가 많지 않은 데다 다른 학문에 비해 명확한 증거를 필요로 하고 논리 구조가 정형적이다. 따라서 자신의 견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보다 이미 확립된 지식으로 정확한 논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이끌어 내거나 통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첫번째 유형은 인문계열 논술형과 비슷하되 제시문이나 내용이 과학지문인 경우 또는 과학의 윤리문제, 과학적 태도나 연구 과정과 관련된 것이다. 예를 들면 ‘과학과 비과학은 구별기준이 있는가’라든가, ‘생명복제의 윤리적 문제’라든가, ‘어떤 결과를 내기 위해서 어떤 실험설계를 할 수 있는가’, ‘과학적 방법이란 반드시 합리적인가’ 등의 문제들이다.

두번째 유형은, 과학적 지식과 사고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2008년 서울대 정시논술 예시문제 3번처럼 ‘사람보다 큰 곤충이 존재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육면체의 표면적과 부면적을 동물에 적용하는 제시문을 주는 식이다. 이 문제는 <생물Ⅱ> 내용의 세포가설, 베르그만의 법칙 등과 관련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세번째 유형은 실생활과 연관된 문제나 시사성이 있는 문제 유형이다. 건양대 의대에서 출제됐던 ‘당뇨병 환자가 근육을 키워야 하는 이유’라든가, 고려대에서 나왔던 ‘삼각함수와 지수함수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문제’, 또는 이화여대에서 출제했던 ‘삼각비를 이용해서 남산타워높이를 계산하는 방법’ 등의 형태이다.

또 문제풀이 형식이 아닌 원리나 개념을 묻는 문제도 출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고려대 1학기 수시문제처럼 ‘복소수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라’와 같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수학·과학 논술을 대비하려면 ①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둔 공부를 하고 ② 일상생활과 시사적인 내용을 함께 연관시켜 보며 ③ 통합교과적인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공부해 나가야 한다.

금옥여고 생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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