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부할 때까지 기다릴게
보통 엄마 별난 엄마 /
지난 주말 놀러갔던 아들이 집에 오자마자 공부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공부하라고 노래를 불러도 들은 척 만 척이던 녀석이 웬일일까 반가운 마음이 앞섰지만, 한편으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시키지도 않은 공부를 스스로 한다고 하는지 내심 놀랐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놀러간 친구 집 현관문에 적힌 “기말고사가 끝날 때까지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에는 OO이와 놀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자기도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단다.
발 빠른 엄마가 벌써부터 기말고사를 준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난 엄마들 몇몇만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천하태평이었는데, 볼일 보러 잠시 들른 동네서점에서 그건 순전히 나만의 착각임을 깨달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선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큰 서점은 한 달 뒤인 12월 초에 있을 기말고사 대비 문제집을 고르는 엄마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깜짝 놀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음이 심란했다. 하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시키기보단 스스로 필요성을 깨달아 공부하겠다고 할 때까지 지금처럼 가만히 지켜봐주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다른 엄마들처럼 억지로라도 시켜야 할까?
기말고사가 다가올수록 아파트에선 엄마들이 아이들을 혼내는 고함소리가 커지고, 불 꺼지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이건 비단 아파트에서뿐만이 아니다. 4학년 딸아이는 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공부시키는 엄마 때문에 10분밖에 안 되는 짧은 쉬는 시간마다 ‘조각 잠’ 자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딸아이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공부하라고 엄마가 챙겨준 문제집을 정해진 분량까지 푸느라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친구들이 안쓰럽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지금 당장 문제집 사러 가야 하는 게 아닐까? 나도 과목별로 요점 정리를 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 강한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내 두 눈을 가리고 두 귀를 막으며 ‘참자, 참고 기다려주자’ 다짐을 한다.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일로 후회하느니 차라리 지금 깨지고 엎어지며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해주자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해본다.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랑 시험공부를 같이 하면서 예상 문제를 뽑아주면 지금 당장은 성적이 잘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공부해야 할 과목과 분량도 점점 늘어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할까? 정작 중요한 것은 그때인데,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엄마가 손 놓으면 그땐 아이가 어떻게 될까?
임명남/<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일하는 엄마의 야무진 교육법〉 저자
임명남/〈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일하는 엄마의 야무진 교육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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