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어느 날 저녁 신문을 보던 남편이 아내를 불렀다. “여보, 이것 좀 봐. 여자들이 남자보다 2배나 말을 많이 한다는 통계가 실렸네! 남자는 하루 평균 1만5천 단어를 말하는데, 여자들은 3만 단어를 말한다는 거야!” 이 말을 들은 아내가 말했다. “남자들이 워낙 안 들으니까, 여자들은 늘 똑같은 말을 두 번씩 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두 배지!” 약 3초 후에 남편이 아내를 향해 물었다. “뭐라고?”
경청의 가장 낮은 수준을 이르는 ‘배우자 경청(Spouse Listening)’이란 용어가 있다. TV를 보면서 건성으로 듣는 것, “좀 조용히 해봐” “있다가 얘기해!” 하는 식으로 말을 종종 가로막기까지 하는 경청이 바로 배우자 경청이다. 가까운 사람의 말을 얼마나 안 듣길래 이런 용어가 생겨났을까.
‘수동적 경청(Passive Listening)’이란 상대에게 주의를 기울이거나 공감해주지 않고 그저 말하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말을 가로막지 않는다는 면에서 배우자 경청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수동적으로 경청되면 말하는 사람은 주제에 집중을 못하고, ‘어디까지 말했더라?’하고 산만하게 된다.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은 말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집중하고, 공감해주는 경청이다.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저런!”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하는 추임새를 넣으면서 듣는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경청해주면 말하는 사람은 신이 나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얘기하게 되며 존중 받는 느낌을 갖는다.
경청의 최고단계는 ‘맥락적 경청(Contextual Listening)’이다. 이것은 ‘말하지 않는 것까지 듣는 경청법(Listen beyond words)’이다. 말 자체가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가, 즉 말하는 사람의 의도·감정·배경까지 헤아리면서 듣는 것을 말한다. 가히 고수의 경청법이라 할 만하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에 의하면 말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단 7%만을 운반할 뿐이다. 나머지 93%의 의미는 음성과 어조, 표정, 제스처 등에 실려 전달된다. 그러니 피상적으로 말만 듣는 것은 그야말로 거대한 빙산의 일각만 보는 것과 같다.
상대방이 잘 경청해주면 마음을 열게 되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게 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경청을 해주면 맥박이 정상화되고 혈압이 내려가며 엔도르핀이 솟는 신체적인 반응까지 나온다고 해서, 치유효과까지 보고된다. 이렇게 좋은 경청을 우리가 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의 말이 ‘옳다, 그르다’ 하는 우리 식의 판단, 성급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급한 마음, 선입견 등 때문이다.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하면 적극적 경청은 기본이다. 나아가 같은 얘기라도 그 맥락까지 헤아려 듣는 맥락적 경청을 하면 그 자체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귀중한 선물이다. 판단을 내려놓고 호기심을 가지고 깊게 들어볼 일이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상대방이 잘 경청해주면 마음을 열게 되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게 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경청을 해주면 맥박이 정상화되고 혈압이 내려가며 엔도르핀이 솟는 신체적인 반응까지 나온다고 해서, 치유효과까지 보고된다. 이렇게 좋은 경청을 우리가 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의 말이 ‘옳다, 그르다’ 하는 우리 식의 판단, 성급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급한 마음, 선입견 등 때문이다.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하면 적극적 경청은 기본이다. 나아가 같은 얘기라도 그 맥락까지 헤아려 듣는 맥락적 경청을 하면 그 자체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귀중한 선물이다. 판단을 내려놓고 호기심을 가지고 깊게 들어볼 일이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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