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 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지녔다. 어떤 분은 ‘교육열이 아니라 학교열을 가지고 있다’고도 하지만, 하여간 자녀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열망이 세계 최고 수준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부모들이 노심초사한다. 나 또한 행복이 성적 순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주장하기는 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아이들이 공부 잘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한 게 사실이다. 그 결과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이 바로 아이들로 하여금 어려서부터 지적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했다.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호기심을 유발하는 질문을 하려고 적지 않게 노력했다. 산에 오르다가 어느 쪽이 남쪽인지 묻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간판의 어려운 단어를 묻기도 하고, 신문이나 TV를 보다가도 의견을 물었다. 잘 대답하면 충분히 칭찬해 주고 그렇지 못하면 토론도 하고 설명도 해줬다. 나도 모르는 것은 같이 찾으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노력했다. 아이들은 실생활에서 한문과 영어,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 등 많은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접했고, 교과서에서 단순 암기한 지식보다 훨씬 더 살아있는 지식을 적용하며 살아가게 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수능시험은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측정하는 것인데, 이런 과정에 익숙했기에 아이들이 고3 때 수능 대비 공부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괜찮은 성과를 내게 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욕심이 지나쳐 가끔은 “야! 너는 이런 것이 궁금하지도 않니?”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한 번은 당시 중3인 딸 아이가 “난 안 궁금하단 말이야!”하며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다. 애들이 “지금 와서 하는 말인데, 그래도 내가 친구 중에 궁금한 게 제일 많은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런 편”이라 털어놓는다. 요즘도 궁금한 게 생기면 사전이나 인터넷을 뒤지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논어의 배움(學而)편에 보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배우고 익혀서 스스로 이론을 창조해내고 실생활에 활용하면 정말로 즐거운 일이다’라고 해석하고 싶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부모들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이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이론을 창조해내고 실생활에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론을 창조한다는 것이 거창해 보일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 부모가 조금만 신경쓰면 얼마든 가능하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공부 기술>의 저자인 조승연은 지금부터 150여년전만 해도 공부는 부유층이 즐기던 레저였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귀족들이 공부를 가장 사치스런 레저로 선택했던 것은 그만큼 공부가 재미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기기 힘들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기 힘들다. 공부도 마찬가지여서 열심히 하게 하는 것보다는 좋아하게 하고, 또 나아가서 즐기게 하면 훨씬 좋은 성과를 내게 될 것이다. 조급하게 가르치는 데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이론을 창조할 수 있도록 여유로운 질문을 하는 것이 아이들이 학습을 평생 즐기게 하는 것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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