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얼마 전에 전문직 종사자로 엄마의 역할도 열심히 하는 분의 코칭을 하게 되었다. 큰 딸과 작은 딸에 대해 각각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큰 딸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섰다. 자기 좋은 것에만 집중해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주변 정리가 잘 안 돼 늘 어수선하며, 무엇보다 대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하면 튕겨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둘째 딸은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 해 별 걱정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야기를 좀 더 들으면서 다른 의견을 갖게 됐다. 큰 아이의 문제는 간단한데 오히려 작은 아이가 더 걱정이 됐다. 부모의 기대에 맞추려고 자신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각 가정마다 말을 잘 듣는 애가 있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애가 있기 마련이다. 말을 잘 안 듣는 애는 늘 자기 주장이 있어 부모와 충돌하게 된다. 그러면 부모는 ‘쟤를 어떻게 하면 말을 잘 듣게 하지?’ 하면서 고민한다. 그러나 말을 잘 들으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게 된다. 하지만 문제 없어 보이는 상황이 정말로 문제가 없는 상황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폭력 대화>의 저자 마셜 B. 로젠버그는 다른 사람들과 자유로운 감정의 상태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 있을 때까지 대개 3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정리했다. 1단계는 정서적 노예상태로, 부모가 실망하거나 행복해 보이지 않으면 그에 대해 책임을 느끼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또한 부모를 기쁘게 해주거나 부모로부터 인정 받으려 항상 애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항상 부인하는 ‘아주 착한 아이’의 역할을 기꺼이 맡는다.
2단계는 ‘얄미운 단계’라는 재미 있는 표현을 했는데, 괜히 화가 나고 부모의 느낌에 대해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욕구가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죄의식의 잔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아이가 자신 욕구를 표현할 때도 부모가 듣기에 떼를 쓰는 것 같고 융통성이 없을 때가 많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얄미운 말만 골라하는 것처럼 보인다. 3단계는 정서적 해방의 단계로 자신의 의도와 행동에 따르는 책임을 받아들인다. 부모의 욕구를 희생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 부모의 욕구충족도 똑같이 중요하게 여기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이런 단계들을 고려할 때 우리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 2단계로 성장한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을 기뻐하고, 그것을 건강하게 펼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 때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인정하고 경청하면 아이도 부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서로의 말을 차분히 할 정도면 얼마든지 좋은 합의에 이를 수 있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khnam@eklc.co.kr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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