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제 성적표를 보는 수험생의 마음은 착잡하다. 그러나 이제 정시모집이 코앞이다. 합격을 위해서는 내 성적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지망대학의 입시요강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대학 입시박람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2008 정시 모집] 2008년 대입 정시 합격문 열려면
마침내 수능 등급이 발표됐다. 새 입시제도 시행 첫해인 만큼 수능 채점 결과를 놓고 혼란이 크다. 1점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비극’은 입시가 존재한 이래 늘 반복돼 왔던 일이지만,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이제 1점은 1등급을 가르고 1등급 차이는 대학 간판을 갈아 치운다. ‘08학번’에 도전하는 수험생들의 고뇌가 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대학들이 제각각 다른 전형방법으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지망 대학의 정시 모집 요강만 잘 분석해도 길이 보인다. 그 길을 찾는 데 반드시 참고해야 할 ‘길라잡이’가 있다.
반영비율·가산점 여부 따라 큰 차이
동점자 많은 중위권은 내신이 변수 ■ ‘등급’보다는 ‘환산점수’=수능 등급제가 반발을 낳은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이 오르지 수능 등급에만 ‘변별력’을 부여한 데 있다. 등급을 자격기준으로 활용하지 않고, 복잡한 방식으로 ‘점수화’한데다 그 비중을 절대적으로 반영한 탓이다. 결국 수험생들은 성적표의 ‘등급’이 지망 대학에서 얼마큼의 점수로 환산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대학들은 수능 등급을 복잡하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점수화한다. ‘요주의’ 대상인 것이다. 우선 영역별 반영 비율은 평균등급이 같아도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중앙대 인문계열의 각 영역별 반영 비율은 언어(30%), 수리(25%), 외국어(30%), 탐구(15%)인 반면, 경희대 인문계열은 각 영역 반영 비율이 25%로 똑같다. 이처럼 자신이 잘한 영역을 높게 반영하는 대학을 골라 지원하는 게 합격의 지름길이다. 하귀성 교육방송입시평가위원은 “지망하는 대학의 전형방식이 내 성적구조와 일치하는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가산점 부여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부산시 대학진학지도위원단 권혁재 교사는 “동국대는 수리(가)형 가산점을 받아도 1등급 차이를 만회할 수 없지만, 부경대는 가산점으로 등급 열세를 뒤집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등급간 점수차를 따져보는 일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동점자 처리기준’이 변수다=등급제 입시의 특징은 무엇보다 ‘동점자’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투스 유성룡 입시정보실장은 “수능과 내신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할 경우 논술이나 면접 등의 대학별고사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며 “수험생들은 유일한 변수로 남아 있는 대학별고사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각 대학이 동점자 처리기준을 강화한 것도 동점자 수가 많을 것을 대비한 포석이다. 특히 동점자 처리기준은 하향안전 지원을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하귀성 위원은 “꼭 합격해야 하는 대학을 고를 때는 동점자 처리기준마저도 자신의 성적에 유리한 곳을 찾아야 한다”며 “모집요강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낮은 급간에 있는 대학에 지원하다가는 동점자들에게 밀릴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서강대 인문사회계열은 수능의 외국어, 언어, 사회탐구 영역순으로 동점자를 뽑고, 중앙대 인문계열은 언어, 외국어, 수리 영역순으로 뽑는다. 수능우선 선발전형은 응시자들의 평균등급이 고만고만한 수준일 것이기 때문에 대학이 높게 치는 영역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학생에게 유리하다. 동점자 처리기준이 곧 ‘전형방법’인 셈이다. 연세대 자연계열은 수리(가), 과학탐구 세 과목 총점, 외국어, 언어영역 성적순으로 뽑고 고려대 자연계열은 인문계열과 마찬가지로 외국어, 수리, 언어, 탐구영역순으로 뽑는다. 수능만 100% 반영하는 전형을 실시하는 건국대, 동국대, 숙명여대를 지원하는 학생들도 반드시 동점자 처리기준을 살펴야 한다. ■ ‘내신’을 무시하지 말라=수능 3등급과 5등급 사이에는 대략 수험생의 절반이 몰려 있다. 이투스 유성룡 입시정보실장은 “중위권 수험생들은 각 영역별로 3등급에서 5등급까지 비교적 고른 성적을 받기 때문에 동점자가 크게 늘 수 있다”며 “중위권 대학들은 대개 논술 등 대학별고사를 치르지 않고 수능과 학생부 만으로 전형을 실시하는 점을 고려할 때, 당락은 결국 내신에서 갈릴 수 있다”고 했다. 권혁재 교사는 “중위권 대학들은 교육부가 권고한 내신 실질반영률을 거의 그대로 전형에 반영했기 때문에 내신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부산 지역 대학에 학생들의 성적으로 모의 지원을 해본 결과 중위권의 경우 내신 성적이 좋은 수험생이 더 좋은 결과를 냈다”고 했다. 중위권 수험생들에게 입시기관에서 제공하는 ‘배치표’가 ‘함정’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개의 배치표가 내신 성적을 고려하지 않고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작성됐기 때문이다. 중위권 수험생들은 배치표를 과신하지 말고 입시요강을 일일이 확인해 성적을 직접 산출해 보는 게 중요하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동점자 많은 중위권은 내신이 변수 ■ ‘등급’보다는 ‘환산점수’=수능 등급제가 반발을 낳은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이 오르지 수능 등급에만 ‘변별력’을 부여한 데 있다. 등급을 자격기준으로 활용하지 않고, 복잡한 방식으로 ‘점수화’한데다 그 비중을 절대적으로 반영한 탓이다. 결국 수험생들은 성적표의 ‘등급’이 지망 대학에서 얼마큼의 점수로 환산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대학들은 수능 등급을 복잡하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점수화한다. ‘요주의’ 대상인 것이다. 우선 영역별 반영 비율은 평균등급이 같아도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중앙대 인문계열의 각 영역별 반영 비율은 언어(30%), 수리(25%), 외국어(30%), 탐구(15%)인 반면, 경희대 인문계열은 각 영역 반영 비율이 25%로 똑같다. 이처럼 자신이 잘한 영역을 높게 반영하는 대학을 골라 지원하는 게 합격의 지름길이다. 하귀성 교육방송입시평가위원은 “지망하는 대학의 전형방식이 내 성적구조와 일치하는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가산점 부여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부산시 대학진학지도위원단 권혁재 교사는 “동국대는 수리(가)형 가산점을 받아도 1등급 차이를 만회할 수 없지만, 부경대는 가산점으로 등급 열세를 뒤집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등급간 점수차를 따져보는 일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동점자 처리기준’이 변수다=등급제 입시의 특징은 무엇보다 ‘동점자’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투스 유성룡 입시정보실장은 “수능과 내신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할 경우 논술이나 면접 등의 대학별고사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며 “수험생들은 유일한 변수로 남아 있는 대학별고사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각 대학이 동점자 처리기준을 강화한 것도 동점자 수가 많을 것을 대비한 포석이다. 특히 동점자 처리기준은 하향안전 지원을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하귀성 위원은 “꼭 합격해야 하는 대학을 고를 때는 동점자 처리기준마저도 자신의 성적에 유리한 곳을 찾아야 한다”며 “모집요강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낮은 급간에 있는 대학에 지원하다가는 동점자들에게 밀릴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서강대 인문사회계열은 수능의 외국어, 언어, 사회탐구 영역순으로 동점자를 뽑고, 중앙대 인문계열은 언어, 외국어, 수리 영역순으로 뽑는다. 수능우선 선발전형은 응시자들의 평균등급이 고만고만한 수준일 것이기 때문에 대학이 높게 치는 영역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학생에게 유리하다. 동점자 처리기준이 곧 ‘전형방법’인 셈이다. 연세대 자연계열은 수리(가), 과학탐구 세 과목 총점, 외국어, 언어영역 성적순으로 뽑고 고려대 자연계열은 인문계열과 마찬가지로 외국어, 수리, 언어, 탐구영역순으로 뽑는다. 수능만 100% 반영하는 전형을 실시하는 건국대, 동국대, 숙명여대를 지원하는 학생들도 반드시 동점자 처리기준을 살펴야 한다. ■ ‘내신’을 무시하지 말라=수능 3등급과 5등급 사이에는 대략 수험생의 절반이 몰려 있다. 이투스 유성룡 입시정보실장은 “중위권 수험생들은 각 영역별로 3등급에서 5등급까지 비교적 고른 성적을 받기 때문에 동점자가 크게 늘 수 있다”며 “중위권 대학들은 대개 논술 등 대학별고사를 치르지 않고 수능과 학생부 만으로 전형을 실시하는 점을 고려할 때, 당락은 결국 내신에서 갈릴 수 있다”고 했다. 권혁재 교사는 “중위권 대학들은 교육부가 권고한 내신 실질반영률을 거의 그대로 전형에 반영했기 때문에 내신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부산 지역 대학에 학생들의 성적으로 모의 지원을 해본 결과 중위권의 경우 내신 성적이 좋은 수험생이 더 좋은 결과를 냈다”고 했다. 중위권 수험생들에게 입시기관에서 제공하는 ‘배치표’가 ‘함정’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개의 배치표가 내신 성적을 고려하지 않고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작성됐기 때문이다. 중위권 수험생들은 배치표를 과신하지 말고 입시요강을 일일이 확인해 성적을 직접 산출해 보는 게 중요하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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