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부모 기분 따라 아이 혼내진 않나요

등록 2008-01-20 15:23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아이를 혼내야 할 때도 있다는 걸 나도 부정하지 않는다. 부모가 너무 방임하면 아이들은 남과 함께 사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술을 배울 수 없다. 무엇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 하는 규율, 자기 행동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자각하는 객관화 등은 부모가 가르쳐주고 훈육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훈육의 수준을 넘어 부모가 화를 내며 혼내는 상황이다. 이럴 때 아이는 끓어오르는 분노의 감정을 배출하는 대상이 되어 버린다. 세밀하게 우리 감정을 들여다 보면 아이를 혼낼 때 대부분 분노의 증폭기 역할을 하는 것은 부모의 불안이다. 아이의 잘못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하지만 더 깊숙한 곳에는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에 대한 의심, ‘이것이 혹시 더 나쁜 일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무력감이 우리를 더 방어적으로 만들고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진짜 감정은 불안인데, 그것을 덮는 가짜 감정이 분노라는 것이다.

아빈저는 <상자 안의 사람, 상자 밖의 사람>에서 자기 기만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설명하고 그 메커니즘을 도식화한 사람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밤에 아기가 깨서 울었을 때, 남편이 즉각 생각하는 것은 ‘내가 일어나서 아기를 돌볼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배반하고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 동안, ‘나는 회사일로 피곤한 사람이야’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잠에서 깨나지 않은 아내에 대한 비난이 점점 고개를 든다. 아내는 ‘고마워할 줄 모르고’ ‘이기적이며 염치 없는 존재’가 되어 간다. 만약 그가 처음 생각대로 일어나서 아기를 돌봤다면 어땠을까? 그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내를 위해 아기를 돌본 너그러운 남편이다.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자기 신념을 배반할 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메커니즘이 생겨나는데 그것이 바로 자기 기만이라는 것이다.

“너 때문에 못살아!”라고 아이를 비난하거나, “우리 애는 구제 불능이에요.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만 허사라고요”라며 내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은 괴로움을 아이 탓으로 돌려버리고 내가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전형적인 ‘가해자-피해자 패턴’은 가장 안전한 피난처이지만, 진실은 완전 반대다. 흑인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에게 기자가 물었다. “당신을 보고 검둥이라고 부르면 어떻게 할 거요?” “아무 일도 없죠.” “왜죠?” “나를 검둥이라고 부르면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잘못된 단어를 사용한 기자 양반에게 문제가 있는 겁니다. 나한테 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당신이 문제를 스스로 풀게 놔두는 겁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바로잡아주되 가짜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부모가 ‘너 때문에 내가 괴롭다’는 식의 정서적 의존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자아를 보여줄 때 독립적이고 책임있는 아이로 키우는 데 혼내는 것보다 훨씬 좋은 영향을 미친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