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장애인복지관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하는 딸이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하나 했다. 만 3세 이하의 발달지체 아동 5명과 함께 수업을 진행했단다. 비장애아라도 나이가 너무 어려 도우미들이 없다면 수업 진행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반은 보통 때 어머니들이 수업 내내 함께 있어서 진행을 도와주고 간식 시간에 아이들이 잘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들이 함께 모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가 엄마들의 도움 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간식 지도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교사는 정신 없이 바쁘고 신경 쓸 일도 많았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아이들이 보통 때 각각 자신의 엄마들이 있어서 간식을 먹는 것을 도와줄 때보다 엄마가 없을 때 아이들이 훨씬 더 빨리 간식을 잘 먹더라는 것이다.
엄마들이 깜짝 놀라면서 하나 같이 “어떻게 아이들이 그럴 수 있나?”하며 의아해 했단다. 그렇다면 교실에 교사 혼자 있을 때와 엄마들이 도와줄 때의 상황은 어떻게 달랐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교사는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것만 해주고 그 이후는 스스로 하도록 기다린 것이다. 이와는 달리 엄마들은 기다리다 지쳐서 포기하고 아이를 도와준다는 데 차이가 있다.
우리 주변에서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아서 고민하는 엄마들을 많이 본다. 밥그릇을 들고 쫓아 다니고, 달래기도 하고 으르기도 하면서 한 숟갈씩 먹이면서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장애 아동이건 장애 아동이건 아이들이 지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가 아닌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좀 기다리면 엄마가 도와주리라는, 경험에 의한 확신이 있다. 엄마도 물론 “지가 배고프면 먹겠지.”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 믿음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이런 아이의 확신과 엄마의 불분명한 믿음과의 기 싸움에서 당연하게도 아이가 늘 한판승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한 고도의 전략에 엄마는 대책 없이 지고 만다. “사랑하는 아이를 굶게 할 수는 없잖아?” 하면서….
아이가 힘들거나, 아프거나, 못할 때 나서서 해결해 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다. 그러나 아프거나 못할 때 더 사랑한다면 아이는 그 사랑을 받기 위해 나으려고 하지 않고, 또 못하는 상태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엄마의 사랑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아이로 하여금 사랑을 구걸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는 존재 자체로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 아이가 건강할 때 가능한 한 많은 사랑을 쏟으라. 그냥 사랑하라. 그리고 잘할 때 기뻐하라.
스스로 잘 하지 못해도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경우에 사랑한다는 것이 못하는 아이를 도와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라고 믿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조금씩 이끌어 가며 성장시키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때로는 도와주는 것보다 도와주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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