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올해 대학 입학에 성공한 한 재수생 얘기다. 그는 중ㆍ고교 시절에 성적이 중간 정도였다. 학부모는 사교육에도 힘써봤지만, 성적은 잘 오르지 않았다. 결국 그해 수능에서 수학만 빼고 전 과목이 거의 4등급에서 5등급을 받았다. 본인이나 부모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대학에 원서를 냈지만, 그마저도 탈락해 재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여느 재수생들과 다름없는 힘든 생활이 시작됐다. 그런데 4월쯤 신경성 위장병에 걸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학원에서 쓰러질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학원마저 못 다니게 됐고, 혼자 집에서 건강을 다스렸다. 두어달 뒤 건강이 좀 회복되었지만, 학원에서의 절대적인 공부 분량을 감당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해 혼자서 공부하기로 했다.
혼자 공부하게 된 학생은 절박감 속에서 나름의 공부법을 찾으려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뜻밖에 좋았다. 부모는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본인은 수능 2개월 전부터 조금씩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이번 수능에서 언어 3등급 말고는 모든 과목이 1~2등급을 받았다. 특히 영어는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 지난해에는 엄두도 못 냈던 학교에 지원했고, 당당하게 합격했다.
위의 사례는 공부에서 ‘내적 동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성적 향상에 성공한 학생들을 분석해보면 개인별로는 여러 다른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학생이 스스로 내적 동기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아이가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이 내면으로부터 솟구칠 때는 성적 향상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내적 동기가 발동하는 경우도 가지각색이다. 자신의 미래 모습을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가져도 내면에서 뜨거움이 올라올 수 있다. 훌륭한 역할 모델을 보고 맘을 먹기도 한다. 고교시절 내내 공부엔 관심 없고 다른 데에 빠져 있다가 다른 친구들 다 대학 가는데 나만 안 갈 수 없다고 떨치고 일어나는 아이도 있다. 어떤 절박감도 훌륭한 내적 동기가 된다. 부모는 학원이니 과외니 하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보다 이런 내적 동기를 찾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
더불어 공부 잘하는 게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가능한 일이라고 아이가 생각할 때 공부하려는 마음을 쉽게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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